혼인신고 없어도 재산분할·위자료 가능… 자녀 양육비는 '인지'부터
혼인신고 없어도 재산분할·위자료 가능… 자녀 양육비는 '인지'부터
사실혼도 재산분할·위자료 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청약 조건과 신혼부부 대출 요건 때문에 결혼식은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미룬 채 4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
그 사이 두 살배기 아들까지 태어났지만, 시어머니의 거듭된 구박과 이를 방관한 남편 탓에 결국 관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헤어지는 과정이 단순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전세보증금 분배부터 위자료, 아이의 친권과 양육비까지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지난 1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혼인신고 없이 4년간 사실혼으로 살아온 A씨의 사연을 다루며 사실혼 해소 시 발생하는 법적 쟁점들을 짚었다.
"각자 가져온 돈만 챙겨 나가"는 남편 주장, 법적으로 가능할까
A씨는 결혼 당시 아파트 청약과 신혼부부 대출 소득 요건을 따져 혼인신고를 미뤘다.
그렇게 4년간 사실혼 부부로 생활하면서 전세 아파트 보증금 일부를 마련했고, 대출금과 생활비도 함께 부담했다.
그런데 남편은 "법적으로 남남이니 각자 처음 가져온 돈만 챙겨 나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할까.
법무법인 신세계로 이준헌 변호사는 남편의 주장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실혼 관계 역시 실질적인 부부공동생활을 바탕으로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는 법률혼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사실혼으로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함께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혼인의 실질적 의사와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로 인정될 만한 객관적 실체가 갖춰져야 한다. 결혼식 사진, 청첩장, 공동 명의 계좌, 주민등록 동거 사실 등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며, 이 사건처럼 자녀가 태어난 경우에는 사실혼 인정에 어려움이 없다고 이 변호사는 덧붙였다.
시어머니 구박·남편의 외면, 위자료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나
A씨가 겪어온 고통은 단순한 부부 갈등 수준이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명절마다 친척들 앞에서 A씨를 공개적으로 구박했고, 남편은 "또 그 얘기냐"며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이 사실혼 파탄의 원인이 됐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이 변호사에 따르면 가능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상대방의 부당한 대우 또는 시부모 등 제3자의 과도한 간섭으로 사실혼이 파탄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유책 당사자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진단서, 112 신고 기록, 음성 녹음, 문자 내역 등 객관적 증거로 귀책사유와 파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는 사실혼 기간, 파탄 원인의 중대성, 자녀 유무 등을 종합해 통상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안팎으로 산정된다.
다만 이 변호사는 "단순한 고부갈등 정도만으로 시부모의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귀책이 크다고 판단될 때만 시부모를 공동 피고로 지정해 청구할 수 있다.
혼인 외 출생자, 아버지 '인지' 없이는 친권도 양육비도 없다
A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두 살 된 아들의 문제다. 혼인신고 없이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친권과 양육권을 정하기 위해선 먼저 아버지의 '인지' 절차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법적으로 '혼인 외 출생자'로 분류된다. 어머니와는 출산 사실만으로 법적 친족 관계가 성립하지만, 아버지와는 그렇지 않다.
"아빠가 친권이나 양육권을 행사하거나 법적 책임을 지려면 먼저 자녀를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는 인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인지를 통해 법적 부자 관계가 성립하면, 이후 절차는 법률혼과 동일하다.
부모 합의 또는 가정법원 심판을 통해 친권자와 양육자를 정하며, 기준은 오직 '자녀의 복리'다. 현재 주 양육자가 누구인지, 자녀와의 애착 관계, 양육 환경, 자녀의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쪽을 단독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게 된다.
양육비는 서울가정법원 양육비 산정기준표를 바탕으로 부부 합산 소득과 자녀 연령을 반영해 책정된다.
만약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행명령이나 직접지급명령 등 강제집행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면접교섭권도 법적으로 보장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을 거부하는 양육자는 이행명령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혼의 가장 큰 법적 공백, 배우자 사망 시 상속권 없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의 주요 쟁점과 별도로, 사실혼 관계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치명적 한계도 짚었다.
살아있는 동안 사실혼을 해소할 때는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돼 함께 형성한 재산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배우자가 사망해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법상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사망하더라도 법정상속인이 될 수 없고, 재산분할청구권조차 행사할 수 없다.
"사실혼 관계에서는 상대방 사망 시 재산을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생전에 미리 증여를 받거나 유언공증을 해두는 등 사전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