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조롱 AI영상, 성범죄냐 명예훼손이냐…법조계 의견도 ‘팽팽’
단톡방 조롱 AI영상, 성범죄냐 명예훼손이냐…법조계 의견도 ‘팽팽’
“노출 없어도 실형” 경고 속 “성범죄 인정 어렵다” 반론도 만만찮아

단체 채팅방에서 말다툼 후, 상대방 얼굴로 '원정 성매매범'이라는 허위 AI 영상을 제작·유포한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1300명 규모의 단체 채팅방에서 벌어진 말다툼이 ‘AI 영상 제작·유포’라는 심각한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상대방 얼굴로 성매매를 암시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엄중한 성범죄”라는 경고와 “성범죄로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에 가깝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순간의 감정적 대응이 법정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얼굴 못생겨서” 조롱에…1300명 본 ‘원정 성매매범’ AI 영상
사건의 발단은 1,30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었다. 한 남성이 “마사지 받고 내상 입었다”는 후기를 올리자, A씨는 “님 얼굴이 못생긴 거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남성은 “키 173cm에 운동해서 피지컬이 좋다”며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감정이 격해진 A씨는 이 사진을 이용해 6개의 AI 영상을 제작해 단톡방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남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망가거나, “나는 원정 성매매자다”라는 피켓을 든 모습, 옷을 입은 채 마사지 서비스를 받는 듯한 모습 등이 담겼다.
결국 사진의 주인인 남성은 A씨를 성범죄 관련 동영상 유포 혐의로 고소했고,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
“딥페이크 실형 가능”... 유포 범위·성적 맥락이 ‘독’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노출이 없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유포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반포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휘일 변호사는 “노출이 없더라도 성적 서비스를 받는 장면으로 묘사된 영상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물로 판단될 수 있고, 1,300명 규모의 단톡방에 게시했다는 점은 유포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라고 분석했다.
정다솔 변호사 역시 “1300명 공개 단톡방이라는 점에서 공연성과 유포 범위가 매우 불리하게 작용합니다”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특히 최광희 변호사는 “특히 최근 딥페이크 관련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시점이므로 초범 여부와 상관없이 엄중한 처벌이 예상됩니다”라며 무관용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성범죄 아니다” 반론…“모욕·명예훼손으로 봐야”
반면, 성범죄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는 “허위영상물 제작죄 및 허위영상물 유포죄에는 해당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 부분 무혐의 주장 가능하여 보입니다”라고 단언하며, “다만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민경남 변호사도 “의뢰인님께서 제작하신 AI 영상은 노출이나 직접적인 성적 행위가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상대방이 고소한 허위영상물 반포 관련 성범죄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씨의 행위가 “모욕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처벌 수위를 대폭 낮추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 역시 “혐의는 성범죄까지 단정되기보다는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모욕, 초상권 침해, 경우에 따라 성적 수치심 유발 영상 유포 쪽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내다봤다.
혐의와 무관한 공통 조언…“‘장난’ 변명은 금물, 합의가 최선”
법적 평가가 엇갈리는 와중에도 변호사들은 초기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홍대범 변호사는 “첫 조사에서의 진술이 향후 재판 결과의 80% 이상을 결정합니다”라며, “‘장난이었다’는 식의 대응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쳐져 구속 영장 청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결국 어떤 혐의가 적용되든 처벌 수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해자와의 합의다.
류재연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형량을 낮추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입니다”라면서도 “직접 접촉은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진심 어린 사과와 합의를 제안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한순간의 감정이 불러온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 A씨의 첫 경찰 조사 진술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