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영상 있어도 ‘증거불충분’…형사 불기소, 민사로 뒤집을 수 있을까?
성추행 영상 있어도 ‘증거불충분’…형사 불기소, 민사로 뒤집을 수 있을까?
가해자는 명망 높은 지역 인사
변호사들 “민사 승소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난 2월 1일 밤, 골프장에서 알게 된 회원 B씨와 식사를 마친 A씨는 그의 차에 올랐고, 차는 인근 무인모텔로 향했다. A씨는 "들어가기 싫다"고 완강히 거부했지만, 차량 차단기가 내려가자 B씨는 A씨를 억지로 모텔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텔 안에서 B씨는 A씨의 손을 잡고 강제로 껴안는 등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 이 모든 과정은 A씨의 휴대전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영상에는 A씨가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음성까지 녹음됐다.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난 A씨는 B씨가 알바비라며 주머니에 찔러준 현금 30만원을 그의 차에 던져버리고 집으로 도망친 뒤, 곧바로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촬영한 영상 원본까지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A씨는 "과거 다른 회원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해 신고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번 진술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가 지역 사회에서 명망 있는 인사라는 점도 그녀를 위축시키는 요인이었다. 형사 절차의 문턱을 넘지 못한 A씨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마지막 희망으로 고려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3단계 조언
변호사들은 형사 불기소 처분 후 민사소송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단계적인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는 "증거불충분 불기소는 범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찰의 판단"이라며 "민사 재판부가 형사 절차의 판단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틈은 존재한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증명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형사사건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매우 높은 증명을 요구하지만, 민사소송은 우월한 개연성만 입증하면 된다"며 "거부 의사가 명확히 담긴 영상은 민사에서 충분히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들이 제시하는 최적의 선택은 섣부른 민사소송보다 검찰의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다. 파이브스톤즈 법률사무소 김대희 변호사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검찰항고나 법원에 직접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통해 형사 사건을 다시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형사 절차에서 B씨의 혐의가 인정되면, 민사소송은 별도의 노력 없이도 손해배상 청구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