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주" 말만 믿고, 월세 500에 약국 계약했는데 '청천벽력' 소식이 전해졌다
"병원 입주" 말만 믿고, 월세 500에 약국 계약했는데 '청천벽력' 소식이 전해졌다
건물주 말 믿고 약국 계약했는데⋯원래 입주하기로 했던 병원 2곳 중 1곳 계약 무산
'특약' 없었다면 계약해지 어려워⋯약국 세입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부푼 꿈을 가지고 약국 개업 준비를 하던 A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건물에 들어오기로 했던 병원 2곳 중 1곳의 계약이 무산될 거라는 거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 지어진 도시, 새로 지어진 건물,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자신의 작고 소중한 약국. 부푼 꿈을 가지고 개업 준비를 하던 A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약국을 개업하기로 한 건물에 들어오기로 했던 병원 2곳 중 1곳의 계약이 무산될 거라는 거였다.
사실 A씨는 계약 당시 높은 보증금과 월세에 입주를 망설였었다. 이에 건물주는 병원 2곳이 들어오니, 약국 운영에 무리가 없을 거라고 담보했다. 이 말을 믿고 월세 500만원에 계약을 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이 1곳만 들어온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신이 생각했던 유입 환자의 수가 확 줄게 되는 것이었다.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A씨는 건물주에게 "다른 병원이 입주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월세를 좀 낮춰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거절당한 상태. A씨는 계약서에 '병원 2곳이 입주하지 않을 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 등을 넣어 두지 못한 게 후회스럽기만 하다.
약국 문을 열기도 전에 걱정이 태산 같은 A씨를 위한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A씨가 약국을 계약할 당시 건물주 또는 부동산중개인이 병원 2곳의 입주를 약속했던 증거를 갖고 있다면, 일단 계약 해지를 다퉈볼 수는 있다고 했다.
IBS 법률사무소의 이지언 변호사는 "약국의 경우 병원 입점 여부가 계약의 중요 부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공인중개사나 임대인(건물주)의 병원 입주 계획 믿고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기망에 의한 취소', 또는 '착오 취소'를 주장해 볼 여지가 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다만, 병원 입점을 보장하는 내용의 카톡이나 문자 등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남강의 김재영 변호사도 "임대인이나 중개인이 병원 입점을 장담했던 내용의 서류나 대화 녹음 등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약해지 가능성이 낮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특히 '병원이 입점하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이나 구두 계약이 없었다면 이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서에 병원 입점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면 계약 해지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특약이나 구두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한 병원이 입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며 "약국 입점의 특수성을 반영하려면, 별도로 합의를 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A씨는 월세 500만원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차임감액청구권' 행사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고광욱 변호사는 "병원 입점으로 A씨 약국의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었는데, 병원 미입점 등으로 매출이 적어져 차임(월세)을 부담하기 어렵게 되면 차임감액청구권의 행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628조(차임증감청구권)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11조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이때 법원은 임대료 재조정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4가지 요건을 정리해뒀다. △계약 당시 기초가 됐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됐을 것 △사정변경을 당사자들이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 없었을 것 △사정변경이 당사자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을 것 △애초의 계약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상 현저히 부당할 것 등이다.
다만, 임대인(건물주)이 이를 거절한다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