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에 명의 빌려주고, 34억 전세사기 '방패막이' 된 2030들
200만원에 명의 빌려주고, 34억 전세사기 '방패막이' 된 2030들
세입자 등친 보증금, 건축주 거쳐 '수수료'로 나눠…총책 등 21명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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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돈 한 푼 없이 세입자 18명의 보증금 34억 원을 가로챈 '무자본 갭투기'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부천 오정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총책인 40대 컨설팅 업체 대표 A씨를 구속하고, 건축주·분양팀·명의대여자 등 공범 2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세입자-건축주-명의자 '동시 계약'…보증금은 수수료로 '꿀꺽'
이들의 범죄는 한 편의 연극처럼 치밀하게 짜였다. 2018년 8월부터 약 1년 4개월간, A씨 일당은 인천과 부천 일대에 임시 사무실인 '떴다방'을 차리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이들은 매매가가 전세가와 같거나 낮은 신축 빌라, 소위 '역전세' 매물만 노렸다. 범행의 핵심은 '3자 동시 계약' 수법이었다.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바로 그 시각, 등기부등본이 깨끗하다는 점을 노려 200~300만 원을 받고 명의를 빌려준 '바지사장'을 집주인으로 둔갑시키는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세입자가 낸 수억 원의 보증금은 신축 빌라 건축주에게 매매대금으로 고스란히 지급됐다.
건축주는 이 돈에서 A씨 일당에게 약속한 수수료(리베이트)를 떼어줬고, 집의 소유권은 아무런 변제 능력 없는 '바지사장'에게 넘어갔다.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공중으로 떠 버린 셈이다.
총책은 컨설팅 대표, 200만원에 이름 판 '명의대여자'들이 방패막이
사건의 정점에는 총책 A씨가 있었다. 그는 범행 전체를 기획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건축주와 분양팀은 매물을 공급하고 세입자를 끌어들이는 조력자였다. 특히 범죄의 '방패막이'가 된 것은 20~30대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인 명의대여자였다. 이들은 단돈 200만~300만 원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수억 원의 빚을 떠안는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명의대여자에게 소유권을 넘겨 보증금 반환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세입자 18명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경찰의 경고 "신축빌라 전세, 시세 확인과 보증보험은 필수"
경찰은 신축 빌라 전세 계약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세 사기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세 계약 전 복수의 공인중개사를 통해 해당 건물의 시세가 적정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해, 예측 불가능한 사기 피해로부터 자신의 보증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