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제에서 연봉제로…근로자가 더 불리해지는데도 대법이 "문제없다"고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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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에서 연봉제로…근로자가 더 불리해지는데도 대법이 "문제없다"고 본 이유

2022. 02. 08 18:28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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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호봉제 임용 후 연봉제로 임의 변경한 학교 법인

"임금 차액분 지급" 잇따른 판결에, 17년 만에 취업규칙 동의 절차 밟은 학교

대법 "더 유리한 개별 계약 없다면, 불리한 새 취업규칙이라도 적용해야"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바뀔 경우 근로자 동의가 없는 한 유리한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 맞지만, 기존에 맺은 근로계약에서 임금 등 구체적으로 조건을 정하지 않았다면 변경된 규정이 불리하더라도 효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때에는 반드시 과반수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설사 동의를 구해 취업규칙을 바꿨더라도, 개별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의 계약 내용이 있다면 이를 우선 적용한다.


이는 근로자 스스로 "근로조건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노동법의 대원칙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근로자에게 불리해진 취업규칙이라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갑자기 도입된 '연봉제'로 손해 본 10년 치 임금은 받아냈지만⋯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대학교수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학교 측이 A 교수에게 임금 3600만원을 더 줘야 한다"고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에 환송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 A 교수는 "학교 측이 호봉제로 시작한 근로계약을 연봉제로 바꾸면서 손해 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 1994년부터 이 사건 B 학교법인의 조교수로 근무를 시작한 A 교수. 그런데 2000년에 들어 별안간 호봉제 대신 연봉제가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근로자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후 A 교수는 2005년에 해당 학교 정교수로 승진했는데, 그 해부터 학교 측은 연봉제를 근거로 각종 상여금을 임금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A 교수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은 연봉제 시행은 무효"라며 4차례에 걸친 소송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재판에선 모두 A 교수가 승소했다. 이에 따라 A 교수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호봉제가 연봉제로 바뀌면서 발생한 임금 차액분을 모두 받을 수 있었다.


연봉제 임의 도입 17년 만에 '찬반투표'⋯이 일이 A 교수 운명 바꿔놔

잇따라 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B 학교법인은 뒤늦게 연봉제에 대한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임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지 17년 만이었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이 학교 전임교원 145명 중 100명(69%)이 찬성하면서 정식으로 연봉제가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A 교수는 연봉제로 취업규칙이 정식 변경된 이후에도, 임금 차액분을 청구하는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1·2심 법원은 기존 판결과 마찬가지로 A 교수 주장을 받아들였다.


"2017년에 이뤄진 연봉제 변경 동의가 적법하더라도,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대법원도 여기까지는 원심과 판단이 같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판결을 뒤집은 건 "A 교수가 취업규칙보다 더 유리한 개별 계약을 맺은 게 없다"는 점에서였다.


대법원은 "A 교수는 1994년 임용된 이후 '대학 규정에 따라 급여를 받겠다'고 했을뿐 별도의 임용계약 등을 체결하진 않았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대학의 규정이 변경된 이상, 이제는 A 교수에게도 연봉제 규정이 적용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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