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주식 폭락하는데… 잘못 손대면 '빚더미' 상속
아버지 주식 폭락하는데… 잘못 손대면 '빚더미' 상속
왕래 없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섣부른 재산 처분은 ‘독’이 된다

상속재산을 섣불리 처분하면 '법정단순승인'으로 모든 빚을 떠안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연락 끊긴 아버지의 사망 소식과 함께 남겨진 주식과 예금.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섣불리 재산을 처분했다간 존재조차 몰랐던 빚까지 모두 떠안는 ‘법정단순승인’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빚의 규모를 모른다면 상속재산에 절대 손대지 말고 ‘한정승인’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주식 가치 떨어지는데, 지금 팔아도 되나요?"
부모님 이혼 후 아버지와 왕래 없이 지내온 A씨. 최근 갑작스러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A씨는 아버지가 남긴 주식과 아파트 보증금 등의 자산과 함께 일부 금융기관 빚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 시장이었다. 당장이라도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이고, 그 돈으로 장례비나 대출금을 갚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아직 금융권에 사망 사실이 등록되기 전인데, 상속인인 제가 고인의 주식을 매도해도 문제가 없나요?"
A씨의 절박한 질문은, 갑작스러운 상속 문제 앞에서 많은 이들이 빠지기 쉬운 위험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산에 손대는 순간 '모든 빚' 떠안는다…'법정단순승인'의 덫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생각에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 가치 하락이 걱정되더라도, 상속인이 고인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순간 법적으로 모든 재산과 빚을 책임지겠다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림의 하정림 변호사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법정단순승인으로 보아, 이후 숨은 채무가 나오더라도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민법 제1026조에 따른 것으로, 한번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면 상속을 포기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 역시 "계좌 동결 전이라도 주식 매도나 대출상환 목적의 예금 인출은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법정단순승인이 됩니다"라며, 그 위험성을 명확히 했다.
단순히 주식을 팔거나 아파트 보증금을 개인 계좌로 받는 행위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빚의 공포'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패, '한정승인'
그렇다면 A씨와 같이 고인의 채무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경우, 어떻게 해야 내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한정승인'이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겠다고 법원에 신고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상속인은 예상치 못한 빚더미로부터 자신의 고유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다감의 황준웅 변호사는 "추후 청구될 수 있는 우발적 채무의 위험으로부터 의뢰인의 고유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책임지는 한정승인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법적 조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빚을 모두 갚고도 재산이 남는다면, 그 나머지는 온전히 상속인의 몫이 되므로 손해 볼 것이 없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상속 골든타임 3개월…최선의 전략은 '기다림'
상속 문제 해결의 핵심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다. 상속인은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통상 사망일)로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 중 하나를 결정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자동으로 단순승인이 되어 모든 빚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고인의 전체 재산과 채무를 최대한 파악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안심상속 서비스 결과를 기다리며 한정승인을 준비하시되, 그 전까지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으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주가 하락이 두렵고 마음이 급하더라도, 섣부른 행동 하나가 평생의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