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후 재혼한 중국인 아내, 한국 재산 단독 상속 가능할까?
남편 사후 재혼한 중국인 아내, 한국 재산 단독 상속 가능할까?
자녀·시부모 없는 경우, 국적·재혼 여부와 무관하게 법적 상속권 인정…법조계 '상속은 사망 시점 기준'

한국인 남편 사망 후 중국인 아내가 재혼해도 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법조계 의견이 나왔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한국인 남편 사망 후 중국에서 새 출발 한 아내, 남편의 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법조계의 일치된 의견이 나왔다.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마친 중국인 아내 A씨. 안타깝게도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었으며 시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이후 중국으로 돌아간 A씨가 다른 남성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면, 한국에 남은 남편의 재산은 어떻게 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남편의 재산을 단독으로 상속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남편 사망 후 재혼, 상속 자격 사라질까? 법의 대답은 'NO'
상속의 자격과 권리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사망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상속은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후의 혼인 여부는 관계가 없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즉, 남편이 사망할 당시에 A씨가 법적인 아내였다면 상속권은 이미 발생한 것이다. 그 후에 A씨가 중국에서 다른 남성과 동거를 하든,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든 이미 발생한 상속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우리 민법이 정한 상속결격사유(민법 제1004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결격사유는 고의로 피상속인이나 다른 상속인을 살해하려 했거나, 유언을 위조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배우자의 사망 후 재혼은 도의적인 문제를 떠나 법적인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자녀도 부모도 없다면'…외국인 아내가 유일한 상속자
그렇다면 A씨는 남편 재산의 얼마를 상속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전부'다. 우리 민법 제1003조는 배우자의 상속 순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주)이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이 있을 경우 이들과 함께 공동 상속인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도 없다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다.
A씨의 사례처럼 자녀와 시부모가 모두 없는 경우, 중국 국적의 아내가 유일한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혼인 관계 존속 당시 배우자이므로 원칙적으로 단독 상속이 가능하다"며 "국적과 관계없이 법률상 배우자라면 상속권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적이 상속권을 제한하는 요소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심지어 별거 중이었어도…판례가 말하는 '법률혼'의 무게
우리 법원은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더라도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상속권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과거 남편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혼자 살던 아내가 남편 사망 후 상속권을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대구고등법원 86나200 판결). 법률상의 부부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이상, 그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심지어 한쪽 배우자가 실종된 상태에서 다른 배우자가 제3자와 다시 혼인해 중혼(이중 혼인) 상태에 빠졌더라도, 기존 혼인이 법적으로 취소되지 않았다면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을 상속할 자격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판결(춘천지방법원 91가단486 판결)도 있다. 이는 상속 문제에 있어 '법률혼'이라는 형식적 요건이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은 과제는 '복잡한 절차'…변호사 조력은 선택 아닌 필수
다만 권리가 인정된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순탄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와 같은 국제 상속의 경우 절차가 복잡해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에 있는 남편의 재산을 파악하는 것부터 상속 등기를 마치고, 상속세를 신고하는 과정까지 외국에 거주하는 상속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기에 가급적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실 것을 권유 드린다"고 말했다. 상속권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법적 절차를 헤쳐나갈 든든한 조력자를 찾는 것이 현명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