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묻는다고 체모 태운 요양보호사 '집행유예'…명백한 학대에도 감옥 안 간 이유는
대변 묻는다고 체모 태운 요양보호사 '집행유예'…명백한 학대에도 감옥 안 간 이유는
요양원 학대, 처벌은 왜 솜방망이인가
변호사가 말하는 초기 대응 3단계

요양원에서 노인을 20시간 넘게 침대에 묶고 입에 테이프까지 붙인 학대 정황이 CCTV에 포착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요양원 모습. /연합뉴스
가족을 믿고 맡긴 요양원에서 잔혹한 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강원도의 한 요양원 CCTV에는 70대 이상 어르신의 팔다리를 압박 붕대로 침대에 묶어두고 20시간 넘게 방치한 정황이 포착됐다. 심지어 어르신 입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요양보호사들이 노인의 등과 배를 때리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대중의 공분을 산 것은 요양원 측의 뻔뻔한 해명이다. 이들은 "신체를 묶은 행위는 치료 목적이었고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고 억제제를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어르신이 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보호자 동의 있어도 불법… 20시간 결박은 명백한 학대
법률 전문가들은 요양원 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이재남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신체 보호대(억제제) 사용은 단순히 보호자 동의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남 변호사는 "의료법 등에 따르면 환자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며,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사용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며 "20시간 넘게 묶어둔 것은 최소한의 시간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치료나 안전 조치로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신체적 학대이자 인권 침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변명에 대해서도 이재남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해자의 반응이 과장되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가해 행위 자체가 있었는지를 판단한다"며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노인을 상대로 한 유형력의 행사는 사소해 보여도 심각한 법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대변 묻는다고 체모 태워도 '집행유예'
문제는 학대가 적발되어도 강력한 형사 처벌이나 즉각적인 시설 폐쇄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5년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요양보호사가 기저귀를 교체하다 대변이 묻는다는 이유로 70대 환자 2명의 체모를 라이터로 태우고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해당 요양보호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관할 구청 등의 현장 조사가 나오자 CCTV 저장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조작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시설장도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남 변호사는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경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시설 측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CCTV 열람을 거부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거나 가벼운 약식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적인 한계를 짚었다.
행정처분 역시, 전남 여수의 한 요양원처럼 사망 사건으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아도 이의 신청을 통해 제재를 지연시키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학대 정황 발견 시, 증거보전 신청부터 해야
그렇다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부모의 학대 정황을 발견한 보호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재남 변호사는 침착한 초기 대응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즉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현장 상황을 기록해야 한다. 둘째, 시설 측에 공식적으로 CCTV 영상 확보를 요청하고, 거부할 경우 경찰이나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사소송 제기 전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면 법원에 증거 보존 신청을 해 법원 명령으로 증거를 선점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시청 등 관할 지자체 공무원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국민권익위원회나 감사원 등 상급 기관에 감사를 청구해 부실한 관리 감독 실태를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