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남편의 '적반하장' 이혼 요구…법원 철퇴에도 '이것' 하나면 역전승?
바람피운 남편의 '적반하장' 이혼 요구…법원 철퇴에도 '이것' 하나면 역전승?
1심서 패소한 유책배우자, '장기 별거' 카드 만지작…가정 지키려는 아내의 피 말리는 싸움, 법률 전문가 5인에게 해법을 묻다

법원은 유책주의에 따라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지만, '장기 별거'로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면 예외적으로 이혼이 허용될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외도 남편의 이혼 요구, '이것' 길어지면 판결 뒤집힌다
법정 복도에 선 아내 A씨의 손에 들린 1심 판결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혼 청구를 기각한다.' 분명 승소했지만, 남편이 '항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순간,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바람은 남편이 폈는데, 왜 내가 이혼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 하는가. A씨의 절규는 법정 밖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가정 깬 자는 이혼 요구 못한다?…'유책주의' 철옹성
우리 법원은 '잘못한 사람은 이혼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유책주의(有責主義) 원칙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명백한 남편의 이혼 청구를 1심 법원이 단칼에 기각한 이유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1심에서 남편의 이혼소송이 기각된 것은 법원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며 현재로선 아내 A씨가 유리한 고지에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남편이 노리는 반격 카드가 있다. 바로 '파탄주의(破綻主義)'다. 아무리 잘못이 있더라도, 별거가 길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사실상 끝난 결혼으로 보고 이혼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이다. 시간은 명백히 남편의 편이다.
월 500만원 생활비, 희망인가 올가미인가
남편이 별거 중에도 매달 500만 원의 생활비를 보내고 자녀들과 꾸준히 연락한다는 점은 A씨에게 남은 희망의 끈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두 사람의 혼인 관계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항소를 하더라도 1심과 동일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시간은 남편의 편…'장기 별거'라는 시한폭탄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거의 모든 변호사가 공통적으로 '시간'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별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아내에게 불리해진다"며 "향후 남편이 다시 소송을 제기할 때 법원이 이혼을 허락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장기간 별거로 부부관계가 더 이상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라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책주의라는 방패막이 '장기 별거'라는 창 앞에 뚫릴 수 있다는 의미다.
판결 뒤집을 마지막 카드, '쇼윈도 노력'이라도 하라
결국 A씨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선,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보여주고 이를 증명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는 "막연히 이혼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 증명해야 한다"며 "부부상담 제안 등 노력의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순례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문자나 카톡으로 꾸준히 안부를 묻고, 시댁과 남편의 기념일을 챙기는 등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아직 우리 부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파탄주의라는 예외가 적용될 여지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