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내 이름 알게 될까봐…” 통매음 피해, ‘익명 고소’는 환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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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내 이름 알게 될까봐…” 통매음 피해, ‘익명 고소’는 환상일까

2025. 12. 08 10: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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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상 ‘신원보호’ 장치 활용하면 가해자 모르게 처벌 가능… “완전 익명은 불가, 변호사 조력 중요”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피해자는 신원 노출의 두려움 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이름 숨기고 가해자 처벌 가능"… 통매음 '익명 고소', 환상 아닌 현실로 만드는 법


“고소장 내면… 그 사람이 제 이름이랑 주소를 알게 되나요?”

익명 채팅 앱에서 성희롱을 당한 A씨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지만,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밤잠을 설친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피해자들이 겪는 ‘신원 노출’ 공포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좌절은 이르다”고 말한다. 법이 마련한 ‘방패’를 활용하면, 가해자에게 내 정보를 한 글자도 알리지 않고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요약] 통매음 '익명 고소' 3줄 요약


1. 고소는 실명으로 하되, '피해자 신원보호 신청'을 하면 가명으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

2. 변호사를 선임하면 합의금 수령까지 신원 노출 없이 안전하게 진행 가능하다.

3. 신원 노출 두려움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와 전문가 상담이다.


"고소는 실명, 그러나 가해자는 모르게"… 법의 방패막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한 익명 고소는 불가능하지만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의 신원을 숨기는 것은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형사 고소는 실명으로 진행해야 한다. 국가기관이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해선 고소인의 신원 확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특별한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바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이다.


부천원미경찰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성폭력처벌법 제23조에 따라 통매음 등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신원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며 “고소장 접수 시 ‘피해자 신원보호 신청’을 함께 하면, 수사기관은 피해자 이름 대신 가명을 사용해 조서를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실제 인적사항은 별도 봉투에 봉인돼 수사기록과 분리 보관된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황순철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 역시 “고소장 자체에는 실명을 기재하되 피해자 신원보호신청서를 함께 제출하면, 경찰 수사 단계부터 가명으로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해당 가명으로 진행돼 신원이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선임하면 '철통 방어'… 합의금까지 익명으로


피해자 보호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때 더욱 강력해진다. 변호사는 수사기관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피해자의 신원 노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모든 전화나 우편 연락이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이뤄지므로, 피해자는 일상생활에서 불안감을 덜 수 있다.


나아가 가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도 신원 보호가 가능하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을 받는 경우, 가해자가 합의금을 지급할 때 변호사 명의 계좌로 돈을 받은 뒤 피해자에게 전달하면 된다”며 “이렇게 하면 피해자 실명은 끝까지 공개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헷갈리는 법 조항, 기댈 곳은 '성폭력처벌법'


일각에서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조서에 신원을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통매음 사건에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 해당 법이 보호하는 ‘특정범죄’에 통매음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매음 피해자가 기댈 곳은 성폭력처벌법이다. 이 법 제24조는 수사·재판 관계자가 피해자의 신상이나 사생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또한 대검찰청 예규인 ‘고소장 접수 통지 및 사본 송부 지침’은 피의자에게 고소장 사본을 보낼 때 피해자의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랜덤채팅 아니었나?"… 무조건 처벌은 어려운 이유


다만 통매음 피해를 주장한다고 해서 모두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따진다. 특히 익명 채팅 앱의 특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인천지방법원은 “익명성이 보장된 랜덤 채팅 앱에서 성적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고, 피해자도 이를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에서 앱을 이용했으며,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채팅방에서 나가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는 이유로 통매음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인천지방법원 2022고정1304 판결). 범죄가 성립하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신원 노출에 대한 두려움은 더 이상 고소를 가로막는 벽이 될 수 없다. 당신에게는 성폭력처벌법이 보장하는 '신원보호'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다. 지금 망설이고 있다면, 증거자료를 모아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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