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버지 '월급'인 줄 알았는데…내 통장으로 들어온 1000만원, 전부 내 책임인가요?
양아버지 '월급'인 줄 알았는데…내 통장으로 들어온 1000만원, 전부 내 책임인가요?
생활비 명목으로 계좌 빌려줬다가 '빚 독촉' 소송…원금에 이자, 소송비용까지 청구돼

양아버지에게 계좌를 빌려줬다가 빚 독촉을 받은 경우, 계좌 명의만으로 채무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양아버지로부터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사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계좌를 빌려줬다. 양아버지는 A씨 명의로 계약된 집에 함께 살고 있었기에,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을 갚으라는 소장을 받았다. 양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한 채권자가 A씨 계좌로 돈이 입금됐으니 A씨가 갚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는 빌린 적도 없는 돈에 연 12%의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물어줄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계좌 명의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양아버지 '월급'이라 믿었는데…1000만원 빚 독촉받은 A씨
A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은 총 1000만 원이었다. 처음 300만 원은 입금명이 '월급'으로 찍혀 있어, A씨는 양아버지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입금된 700만 원은 돈을 빌려줬다는 채권자 B씨의 이름으로 들어왔다.
해당 계좌의 돈은 어머니와 동생에게 송금되거나, A씨가 계약한 집의 월세와 관리비, 가족 공동 생활비 등으로 사용됐다. A씨는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도 어머니에게 줘,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주로 사용했다.
결국 채권자 B씨는 양아버지가 빌린 돈 1200만 원 중 A씨 계좌로 들어간 1000만 원과 그에 대한 이자, 소송비용까지 모두 A씨가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계좌 명의자 = 채무자'는 아냐…“실질적 이익 귀속됐는지가 중요”
변호사들은 A씨 계좌로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전액 반환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돈을 빌린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입금된 돈으로 인한 이익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본인 계좌로 1000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사실만 보고 전액을 부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는 실제로 본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어떠한 이익을 얻었는지와 해당 금원의 귀속 및 사용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부당이득반환책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사람에게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와 양아버지 사이의 대여관계였고 A씨 계좌가 돈을 전달하거나 생활비를 집행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도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 제3자에게 돈을 보낸 경우, 돈을 보낸 사람은 계약 상대방에게 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판례가 있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이 사건 대여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양아버지이고, 1000만원은 차주인 양아버지의 지시 내지 양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급부 과정을 단축하여 귀하 계좌로 직접 지급된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답변서’가 재판 결과 가른다…“억울함 호소보다 사실관계 정리해야”
변호사들은 소장을 받은 이상 답변서 제출이 매우 중요하며, 그 내용이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답변서는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결정적”이라며 “기한 내에 내지 않으시면 상대방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보아 바로 패소판결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답변서에서 너무 단정적으로 부인하거나, 실제 사용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면 오히려 신빙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양아버지가 본인 돈이라고 설명했다는 점, 생활비와 관리비로 사용된 점 등은 중요한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답변서 작성 방향에 대해 법률사무소 민앤정 권민정 변호사는 “① 차용계약 당사자는 양아버지와 원고이고 나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었다, ② 양아버지가 월급·생활비라고 설명해 돈의 성격을 몰랐다, ③ 돈은 월세·관리비·생활비 등 가족생활에 사용됐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이 없었다는 취지를 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계좌 거래내역과 송금 내역, 입금자명이 표시된 자료, 당시 양아버지와 나눈 대화 등 객관적 증거를 함께 정리하여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