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믿고 상가 계약했는데…'정체 모를 땅주인'에 대출이 막혔다면?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은행 믿고 상가 계약했는데…'정체 모를 땅주인'에 대출이 막혔다면?

2026. 08. 20 17:0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중개사도 설명 안 한 '남의 땅 위 건물' 하자…잔금 앞두고 계약 해제,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상가 매수자 A씨는 은행의 대출 가능 답변을 믿고 계약했으나, 건물이 타인 소유 토지 위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대출이 거절됐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서울의 한 상가 매물을 계약한 A씨. 잔금 납부와 입주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미리 받았기에, 기존 세입자의 철수와 사업자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현장 실사를 나온 은행은 돌연 대출 불가 통보를 했다. 해당 건물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제3자의 토지 위에 있다는 이유였다. 공인중개사에게서도 전혀 안내받지 못한 사실이었다.


사업 시작을 꿈꾸던 A씨는 모든 계획이 멈춘 채 망연자실했다. 갑자기 말을 바꾼 은행, 중대한 하자를 알리지 않은 공인중개사. 이 손해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대출 가능' 답변 믿고 중도금까지 냈는데…하루아침에 '불가' 통보


A씨는 지난 4월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 매물을 소개받고 5월에서 6월에 걸쳐 계약서 작성과 중도금 납부까지 마쳤다. 주거래 은행에 문의한 결과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A씨는 이를 믿고 영업 준비에 들어갔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과 영업신고를 마쳤다. 이제 잔금을 치르고 입주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행의 현장 실사 이후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은행은 해당 건물이 다른 사람 소유의 토지 위에 있어 담보 가치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대출을 해 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A씨는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로부터 이런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


대출 번복한 은행, 책임 묻기 어려운 이유


변호사들은 우선 말을 바꾼 은행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현장 실사 전의 '대출 가능' 답변은 최종 약속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은행의 초기 가심사나 대출 가능 답변은 확정적인 대출 실행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대출의 최종 승인은 현장 실사 및 권리관계 확인 후 결정되므로,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한 은행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 역시 "은행은 심사 과정에서 정식 실사 전 구두나 간이 심사 결과를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 자체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진짜 책임은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에게 물어야


변호사들은 책임의 화살을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에게 돌렸다. 이들이야말로 건물의 중대한 하자를 제대로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건물이 제3자 소유의 토지 위에 서 있다면, 이는 건물과 토지의 소유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중대한 하자"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는 거래 대상 물건의 권리관계를 성실히 조사해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건물이 타인 토지 위에 있다는 사정은 거래 안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이므로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확인·설명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도인의 책임도 거론됐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매도인에 대해서는 민법 제575조 및 제580조에 따른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타인 토지 점유 문제로 대출이 불가능해져 매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공인중개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공인중개사법 제30조).


계약 해제하고 손해배상 받으려면…'이것'부터


변호사들은 A씨가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신속한 법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매도인과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묻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박종태 변호사는 "매도인 및 공인중개사에게 대출 불발의 원인이 된 토지 소유권 불일치 사실을 서면(내용증명)으로 공식 통지하여 귀책사유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세입자 철거 및 사업자 등록에 들어간 비용, 은행의 대출 거절 사유서 등 입증 자료를 신속히 수집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은행과 주고받은 안내 내용, 등기부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관해야 한다"며 "이후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영 변호사는 "무리하게 잔금을 치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오히려 계약 해제와 기지급한 계약금·중도금 반환, 그리고 발생한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검토하는 방향이 실익이 있다"고 조언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