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아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 주장만으론 면책 어렵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7세 아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 운전자 주장만으론 면책 어렵다

2025. 11. 26 11:3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유턴 중 급가속으로 초등생 사망

운전자 '차량 결함' 주장

가해 차량 모습 / 연합뉴스

부산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유턴하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7세 초등학생이 숨지고 어머니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직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입증 과정이 필요하며,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와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이 유무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행하다 돌연 '굉음'… 펜스 뚫고 모녀 덮친 비극

24일 오후 2시 5분경 부산 남구 우암동의 한 아파트 앞 이면도로에서 50대 남성 A씨가 몰던 스포티지 차량이 유턴을 시도하던 중 모녀를 덮쳤다. 사고 지점은 중앙선이 없는 도로로 아파트 단지 진입로와 만나 폭이 넓어지는 구간이었다.


목격자와 경찰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A씨의 차량은 당초 서행하며 유턴을 시작했으나 회전 도중 갑자기 속도가 빨라졌다.


차량은 제어를 잃고 아파트 진입로의 안전 펜스를 뚫고 돌진해 하교 중이던 B양(7)과 어머니 C씨(30대)를 충격했다. 차량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반대편 경계석을 들이받은 뒤에야 정지했다. 이 사고로 B양은 숨졌고, C씨는 중상을 입었다.


운전자 A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현장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CCTV를 확보하고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급발진' 주장, 법원 인정 사례 드물어… "과학적 증거 필수"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운전자의 '브레이크 고장'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여부다. 법조계 분석에 따르면, 단순한 운전자의 진술만으로는 면책을 받기 어렵다.


교통사고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최근 법원은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나 제동장치 결함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판례를 살펴보면 재판부는 운전자의 주관적 느낌보다 EDR(사고기록장치) 기록과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 등 객관적 데이터를 최우선 증거로 채택한다. EDR 기록상 가속 페달 변위량이 100%로 나타나거나, 브레이크 페달 작동 기록이 'OFF'로 확인될 경우 차량 결함 주장은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고 당시 CCTV나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량 후미의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었는지가 결정적이다. 차량이 돌진하는 순간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하여 밟은 과실(페달 오인)로 판단할 공산이 크다.


스쿨존 여부와 전방주의 의무 위반… 중형 불가피할 수도

사고가 발생한 이면도로의 성격도 형량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해당 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이라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민식이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 어린이 사망 사고 발생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사고현장 / 연합뉴스


스쿨존이 아니더라도 운전자의 과실 책임은 무겁다. 도로교통법상 유턴을 하는 운전자는 보행자나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을 때 유턴해서는 안 되며, 전방 및 좌우를 주시할 의무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차량이 펜스를 뚫고 인도까지 침범해 보행자를 충격했다는 사실관계만으로도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은 매우 중하게 평가될 것"이라며 "차량 결함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과수 감식과 EDR 분석… 진실 밝힐 '스모킹 건'

경찰은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제동장치의 기계적 결함 유무와 EDR 데이터 복원이 수사의 다음 단계다.


수사의 핵심은 차량이 펜스를 뚫고 경계석을 들이받을 때까지의 가속 패턴 분석이다. 급발진 사고의 경우 비정상적인 RPM 상승과 속도 변화가 관찰되는 반면, 페달 오인 사고는 통상적인 가속 패턴을 보인다.


결국 A씨의 "브레이크가 안 들었다"는 절규가 법적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발이 브레이크 위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사고의 원인이 기계적 결함인지, 인재(人災)인지 밝혀낼 과학적 분석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