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할아버지 앞으로 온 '빚 독촉장'…1년 지났는데 상속 피할 수 있을까
돌아가신 할아버지 앞으로 온 '빚 독촉장'…1년 지났는데 상속 피할 수 있을까
사망 후 3개월 지나면 '자동 상속'
뒤늦게 빚 알았다면 '특별한정승인' 신청해야

할아버지가 사망한 지 1년 만에 뒤늦게 채무 통지서를 받은 A씨가 상속 빚을 모두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셔터스톡
A씨는 1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앞으로 2주 전 날아온 채무 통지서를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까맣게 모르고 있던 할아버지의 빚.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인 3개월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이대로 할아버지의 빚을 모두 떠안아야만 하는 걸까? A씨는 뒤늦게라도 상속을 포기할 방법이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1년 지나면 상속포기 불가…빚도 재산도 모두 자동 상속
원칙적으로 상속인은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겠다고(한정승인)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 아무런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상속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순 승인'으로 간주된다. 고인의 재산은 물론 빚까지 모두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A씨의 경우 할아버지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으므로 이미 단순 승인이 이뤄진 상태다.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는 "이미 1년이 지났으므로 법적으로는 귀하가 단순 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원하는 상속포기 절차는 시효 도과로 인해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제책 '특별한정승인', 빚 알게 된 날부터 3개월이 '골든타임'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변호사들은 A씨 같은 경우를 위한 구제 제도로 '특별한정승인'을 지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이를 특별한정승인이라고 부른다.
홍현필 변호사는 "2주 전에 채무 통지서를 받고 비로소 빚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면 지금 즉시 관할 가정법원에 특별한정승인 심판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빚의 존재를 알게 된 날부터 새로운 '3개월'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빚 몰랐다'는 사실, 중대한 과실 없었음은 스스로 입증해야
다만 특별한정승인은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했다'는 점을 상속인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 최정욱 변호사는 특별한정승인이 가능하려면 "상속받은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여야 한다"고 전제하며 "상속재산조회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진 현 시대에서 이를 해태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 역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통지서를 받기 전까지 채무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구체적인 사정, 상속재산 조회 노력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상속 절차, 공동상속인과 함께할 의무 없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반드시 다른 상속인들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 각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신청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이를 공동으로 진행할 의무는 없으며 각 상속인은 저마다 자신의 상속승인과 관련된 개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변호사는 상속 순위에 따라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피상속인의 손주는 최우선순위 상속인들(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한 사정을 안 후에야 상속포기 기간을 계산한다"고 부연했다. A씨가 할아버지의 상속인이 된 경위에 따라 법적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