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헤드락, 700만원 청구서로…'내가 안 부러뜨렸는데' 억울함의 대가
만취 헤드락, 700만원 청구서로…'내가 안 부러뜨렸는데' 억울함의 대가
야간 시비 중 상대방 발목 골절, CCTV엔 직접 가격 장면 없어…변호사들 '폭행죄'와 '상해죄' 사이 갑론을박

A씨가 술김에 건 헤드락을 건 이후 상대방이 발목 골절상을 입자, 상대방은 7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술김에 건 헤드락 한 번에 700만 원을 물어줄 위기, 법조계는 CCTV에 담기지 않은 '인과관계'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간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시비, 먼저 헤드락을 걸며 시작된 싸움은 상대방의 6주 진단 발목 골절과 700만 원짜리 합의금 요구서로 돌아왔다. CCTV에는 발목을 부러뜨리는 장면이 없는데도 거액을 물어줘야 할까. 한 남성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헤드락만 걸었을 뿐인데…" 700만원 요구의 전말
사건은 한밤중 술기운에서 시작됐다. 행인과 시비가 붙은 A씨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A씨를 밀쳐내며 발길질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려다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현장에는 CCTV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상대방의 발목을 직접 가격하거나 부러뜨린 행위는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한시름 놓았지만, 상대방은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합의금 700만 원을 요구했다. A씨는 "내가 직접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헤드락의 대가, '폭행'은 피할 수 없다
변호사들은 A씨가 상해에 대한 직접 책임은 피할 수 있어도, 폭행 혐의 자체를 벗어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싸움의 시작이 '헤드락'이라는 명백한 물리력 행사였기 때문이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폭행죄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그 즉시 수사가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라며 "A씨 측에서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조언했다. 즉, A씨가 형사 처벌을 피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합의는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 역시 "A씨가 먼저 헤드락을 걸면서 시비를 시작했다면 폭행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네 탓 아니야" vs "너 때문에 다쳤어", 인과관계의 딜레마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A씨의 헤드락과 상대방의 발목 골절 사이에 법적 '인과관계(어떤 행위와 결과 사이의 원인과 결과 관계)'가 있느냐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여기서부터 첨예하게 갈린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상대의 발목 골절과 A씨의 폭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주장해 상해 혐의를 벗어나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A씨의 방어 논리를 제시했다. 법무법인 태강의 정재영 변호사도 "CCTV를 통해 발목 골절이 본인의 넘어짐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면 A씨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상대방이 넘어져 발목이 부러진 것은 A씨의 최초 공격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법률사무소 화홍의 지종엽 변호사 역시 "법원 판례는 폭행으로 인해 도망가다 넘어져 상해를 입었다면 해당 상해도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A씨에게 불리한 판례를 소개했다. A씨의 폭행이 없었다면 상대가 넘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700만원, 과한 요구인가 적정 수준인가
그렇다면 합의금 700만 원은 적절한 금액일까? 이 질문에도 변호사들은 각기 다른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다수의 변호사는 '과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전치 6주의 부상이고 CCTV상 상대방의 넘어짐으로 인한 부상임이 확인된 만큼, 일반적인 합의금 수준은 300만~400만 원 정도"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도 "CCTV 영상을 통해 피해자의 발목 부상이 직접적인 폭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면, 700만 원의 합의금 요구는 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승윤 변호사는 "폭행상해 사건에서 실무상 전치 1주에 100만 원 정도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치 6주의 상해에 대한 합의금 700만 원은 크게 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A씨가 먼저 싸움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상대가 중한 부상을 입은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결국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형사 처벌과 향후 민사소송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400만 원에서 600만 원 사이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