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치마 올린 여고생에 “너도 공연음란죄”...훔쳐본 남학생의 뻔뻔한 역공
더워서 치마 올린 여고생에 “너도 공연음란죄”...훔쳐본 남학생의 뻔뻔한 역공
법조계 “성적 의도 없으면 무죄” 일축…진짜 쟁점은 ‘불법촬영’과 ‘학교폭력’

찜통더위 속 도서관에서 잠시 치마를 올린 여고생을 훔쳐본 남학생이 사과 대신 '공연음란죄'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 AI 생성 이미지
찜통더위 속 도서관에서 잠시 치마를 올린 여고생. 이를 몰래 훔쳐본 남학생이 사과는커녕 “공연음란죄”라며 되레 큰소리쳤다.
황당한 적반하장에 휘말린 여고생은 처벌을 받게 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성적 의도가 없는 단순 노출’은 죄가 되지 않는다며 여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오히려 쟁점은 남학생의 ‘훔쳐보기’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와 몰래 촬영했는지 여부로 옮겨붙고 있다.
찜통 도서관의 말다툼, “더워서 그랬을 뿐인데…”
고등학교 2학년 A양은 최근 인생에서 가장 황당한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 중이던 학교 도서관은 에어컨 고장으로 한증막을 방불케 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A양은 너무 더운 나머지 “잠깐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 순간, 다른 반 남학생 B군이 문 뒤에서 자신의 다리와 속옷을 몰래 훔쳐보는 것을 발견했다. A양이 수치심과 분노에 “어떻게 여학생 치마 속을 노골적으로 보느냐, 이건 성범죄다”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B군은 뜻밖의 논리로 맞섰다. “훔쳐본 건 백번 인정하고 사과하겠지만, 공공장소에서 속옷을 다 드러내고 앉아 있는 게 정상이냐? 이건 명백히 공연음란죄다. 너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양은 “나쁜 의도가 아니라 더워서 그랬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의 일관된 판단 “공연음란죄, 성립 가능성 제로”
과연 A양의 행위는 B군의 주장대로 공연음란죄에 해당할까? 법률 전문가 대다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공연음란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음란한 행위’를 ‘고의로’ 해야 하는데, A양의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필승의 김준환 대표변호사는 “의뢰인님은 도서관 에어컨 고장으로 인한 무더위 속에서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단순히 더위를 식히기 위해 잠시 치마를 올린 것에 불과하다”며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나 음란한 의도가 전혀 없었으므로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문준홍 변호사 역시 “질의하신 사안의 경우 공연성이 없어 보이고, 음란한 행위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며, 고의가 있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아 공연음란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밝혔다.
반론의 여지? “‘과다노출’엔 해당할 수 있다”는 신중론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다른 법 조항을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연음란죄라는 중범죄는 아니더라도,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 노출’에 해당할 여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사안의 경우 치마를 걷어올린 것은 음란한 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어서 공연음란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 노출에 해당할 여지는 존재합니다.”라고 분석했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김연주 변호사 또한 “단순히 더위를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실제 노출 정도, 주변에 사람이 있었는지, 행위가 객관적으로 음란하게 보였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라며, 섣부른 단정 대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짜 문제는 ‘훔쳐보기’…처벌은 어렵지만 ‘학교폭력’
상황을 역으로 보면, 남학생 B군의 행위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눈으로 몰래 훔쳐본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법 규정은 없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이동규 변호사는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은 이상 도서관에서 몰래 쳐다보는 것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B군이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까지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라는 무거운 성범죄로 처벌받게 된다. 결국 B군의 행위가 범죄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핵심은 ‘촬영 여부’에 달린 셈이다.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B군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상대 학생이 문 뒤에서 몰래 신체를 훔쳐본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으로, 학교폭력(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적 처벌과 별개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통한 징계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B군의 적반하장은 결국 자신의 ‘학교폭력’이라는 더 큰 잘못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