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남처럼 산 친모가 죽은 언니 재산 상속? 막을 방법 없나
40년 남처럼 산 친모가 죽은 언니 재산 상속? 막을 방법 없나
새로 도입된 '상속권 상실 제도', 부양의무 위반 입증이 관건…변호사들 조언은

40년간 연락 없던 친모의 자녀 재산 상속을 막기 위해 '구하라법'을 활용할 수 있다.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부터 적용되며, 부양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언니를 잃은 A씨는 황망한 소식을 접했다. 40년간 연락 한 번 없던 친모가 법적 상속인이 되어 언니의 재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을 돌보지 않은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이 부당한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혼 후 40년간 연락 없어도… 법적으로는 '상속인'
현행법상 자녀나 배우자 없이 사망한 경우, 부모가 2순위 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0조). 이 때문에 부모가 이혼했거나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더라도 법적인 부모라면 상속권을 갖는다.
변호사들은 A씨의 친모가 법적 상속인이 되는 것은 맞다고 설명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친모가 오래 연락하지 않았고 부양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동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민법의 부양의무와 상속 관련 절차에 맞춰 법원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양육 저버린 부모 막는 '구하라법', 요건과 시점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이 제도는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에 대해, 다른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선고 청구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이번 사안의 핵심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도 "40년 가까이 연락·왕래가 전혀 없었고 양육비·생활비 지원도 없었다면 이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다만 이 제도의 시행 시점과 적용 대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또한 개정 민법 부칙에 따라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사망한)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어, A씨 언니의 사망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돈 받은 적 없다" 입증, 계좌 내역 없어도 가능할까?
상속권 상실을 인정받으려면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을 입증해야 한다. 오래전 일이라 계좌 내역 등 직접 증거가 없어도 방법은 있다. 변호사들은 여러 가지 간접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아버지의 단독 부양을 증명할 수 있는 친척이나 지인의 구체적인 진술서, 당시의 생활기록부 등을 종합하여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혼 기록, 주민등록 이력, 학교·병원 기록 등도 증거가 될 수 있다.
A씨가 직접 친모를 만나 양육비 미지급 등 과거 사실에 대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친모와의 대화에서 양육이나 교류가 없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이 녹음된다면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에 한해 녹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모가 상속을 포기한다면? '포기각서'만 받으면 위험
만약 친모가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협의해 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상속을 포기한다'는 각서만 받아두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어 위험하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단순 포기각서만으로는 효력이 없으며, 원칙적으로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는 공동상속인 전원이 모여 친모의 상속 지분을 '0'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고, 인감도장을 받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친모에게 빚이 있다면 채권자가 이 협의를 문제 삼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아버지와 친모가 모두 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고하면 상속권은 다음 순위인 A씨와 오빠 등 형제자매에게 넘어간다. 이때 언니의 재산뿐 아니라 빚도 함께 물려받게 되므로 상속재산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