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다 믿었는데…" 20살 연상 유부남의 그루밍, 성범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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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다 믿었는데…" 20살 연상 유부남의 그루밍, 성범죄일까?

2026. 05. 07 17: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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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의 끝…형사 처벌은 '벽', 상간 소송은 '길' 있다

유부남에게 속아 관계를 맺은 경우 형사 처벌은 어렵지만, 상간 소송 시 속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으며, 남성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AI 생성 이미지

"아내는 이미 남이에요." 20살이나 많은 40대 유부남의 반복된 거짓말에 속아 관계를 맺어온 20대 여성. 뒤늦게 모든 것이 기만이었음을 깨닫고 법의 문을 두드렸다.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과 통제, 이른바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진 관계를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만약 남성의 아내로부터 '상간녀'로 지목돼 소송을 당하면 꼼짝없이 책임을 져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상 성범죄 인정은 매우 어렵지만, 민사상 상간 소송에서는 속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으며, 오히려 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반격의 길'도 열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심리적 지배'는 있었지만…'위력에 의한 간음'의 높은 벽


A씨는 관계가 이어지는 내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상당한 나이와 사회적 경험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대의 지속적인 설득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A씨는 이것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침해한 '위력'에 해당하며, 형법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의견은 회의적이었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법원은 위력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단순한 감정적 영향이나 나이 차이만으로는 위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물리적 강제나 협박이 없었다면 합의된 관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성관계 시점에 술·약물·질병·극도의 공포 등으로 현실적으로 '저항이 불가능/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돌이켜보니 영향받았다'는 평가만으로는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즉, 법이 인정하는 '위력'이나 '항거불능' 상태는 단순한 심리적 우위를 넘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완전히 제압할 정도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힘의 행사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간녀' 소송 위기, '속았다는 증거'가 운명을 가른다


형사 처벌의 벽은 높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만약 남성의 아내가 A씨를 상대로 '상간 소송'을 제기할 경우, A씨의 법적 책임은 그가 남성의 혼인 사실을 알았는지(고의), 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지(과실)에 따라 결정된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유부남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없지만, '증거로' 잘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 역시 "상대방의 기망 행위가 담긴 메시지, 대화 녹취 등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질문자님의 책임이 부정되거나 대폭 감액될 근거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이혼했다', '아내와는 끝났다'는 식의 남성의 거짓말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나 통화 녹음이 A씨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증거가 되는 셈이다.


다만 오지영 변호사는 "관계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유부남임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주말이나 명절에 연락이 두절되는 등의 상황이 있었다면, '주의의무 위반(과실)'으로 일부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격의 열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손해배상 청구


전문가들은 A씨가 방어만 할 입장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남성의 기망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로서,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남성이 혼인관계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속이고 관계를 지속하게 했다면, 그 남성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 역시 "결혼 사실을 숨기고 만난 경우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며 "최근 위와 같은 사례에서 상당한 손해배상액을 인정받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A씨가 단순히 '상간녀'라는 불륜의 조력자가 아니라, '결혼 여부'라는 중요한 정보를 속아 자신의 삶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침해당한 피해자임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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