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 마' 그 한마디 못했는데…성관계 '몰카' 침묵은 동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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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지 마' 그 한마디 못했는데…성관계 '몰카' 침묵은 동의인가

2025. 11. 03 11:49 작성2025. 11. 11 14:06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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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몰래 촬영된 여성, '묵시적 동의'라는 법의 벽 앞에 서다. 유포 공포 속, 형사 고소와 민사 합의 사이에서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불법 촬영 피해 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못한 침묵이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찰칵, 어둠 속 섬광…'찍지 마' 한마디 못 한 내 침묵이 '동의'가 될 수 있나요?


찰칵, 어둠 속에서 들려온 희미한 소리. 설마 했지만, 그의 스마트폰 렌즈는 분명 나를 향해 있었다.


'찍지 마.' 그 한마디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뱉을 수 없었다. 분위기를 망칠까, 이 관계가 어색해질까 망설였던 그 짧은 침묵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찍지 말란 말 못하면 '합의 촬영'?…카촬죄와 무고죄 사이, 지옥의 줄타기


내 침묵은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될까. 절박한 마음에 찾아간 법률 상담 플랫폼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핵심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카촬죄)'가 성립하는지였다.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촬영했을 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내 침묵이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다행히 많은 변호사들은 명백한 범죄라고 확신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단순히 거부 의사가 없었다는 점만으로 동의를 추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희망은 잠시였다. 일부 변호사는 섣부른 고소를 만류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묵시적 동의임이 명백하다"며 "카촬죄로 고소하면 무고로 역고소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내 마음속 진짜 의사는 증명하기 어려운데, 겉으로 드러난 '침묵'이 재판에서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이었다.



유포되면 끝장…'고소'냐 '합의'냐, 내 영상을 지울 마지막 기회


변호사들의 의견은 갈렸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섣부른 개인적 대응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 영상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법적 해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형사 고소'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같은 강제 수단을 동원해 영상을 확보하고 삭제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하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나는 성범죄 피해자에서 '무고죄' 피의자로 전락할 수 있다.


둘째는 변호사를 통한 '민사 합의'다. 이때 핵심은 그냥 '지워달라'고 비는 것이 아니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서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단순히 영상을 지우겠다는 구두 약속이 아닌, '영상 삭제 이행 및 확인 절차, 위반 시 수천만 원대의 거액을 배상한다'는 '위약벌'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했다. 위약벌은 약속 위반 자체에 부과하는 벌칙금으로, 합의를 지키게 만드는 강력한 족쇄가 될 수 있다.


한순간의 침묵이 범죄 피해의 증거가 되기도, 동의의 낙인이 되기도 하는 잔인한 현실. 유포의 공포 속에서 혼자 싸우기보다, 신속히 법률 전문가를 찾아 내 상황에 맞는 최적의 무기를 찾는 것만이 추가 피해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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