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뭉갠 내 사건, 검찰이 살렸다…그런데 왜 그 경찰에게 다시?
경찰이 뭉갠 내 사건, 검찰이 살렸다…그런데 왜 그 경찰에게 다시?
'보완수사요구', 그 후의 진짜 싸움…법률 전문가들의 '필승 전략' 공개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나, 부실 수사를 했던 경찰관에게 재배당돼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지만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한 사건. 포기하지 않고 이의 신청하자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한숨 돌리는 것도 잠시, 사건은 바로 그 수사를 뭉갰던 경찰관에게 다시 돌아갔다. 과연 수사는 제대로 될까?
경찰이 또다시 사건을 덮으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벼랑 끝에 선 고소인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이 법 조항과 판례를 근거로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긍정적 신호' 뒤의 불안감…“같은 경찰이 또 뭉갤까 걱정”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5건의 고소를 진행한 A씨. 경찰은 모든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송치(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 결정을 내렸다.
A씨는 불송치 결정문에 ▲피의자 부인 진술에만 의존한 점 ▲계좌추적 미진 ▲법리 판단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증거를 보강해 이의 신청을 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내렸다. 하지만 A씨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사건이 바로 그 초기 수사를 진행했던 수사관에게 다시 배정됐기 때문이다.
A씨는 “과연 제대로 된 수사가 될지 여전히 걱정스럽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경찰과 검찰, 양쪽 모두에게 제출하라”…이유는?
A씨의 불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경찰'과 '검찰' 양쪽에 모두 의견서를 제출하는 '투 트랙 전략'을 주문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경찰 수사의 문제를 인정한 것이므로,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보완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담당 검사에게 추가 증거가 포함된 고소인의견서나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경찰이 또다시 부실한 수사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도, “검사가 이를 곧바로 바로잡아 재보완수사를 명령하거나 직접 수사하여 송치요구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최종 결정권자인 검사에게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계속 알리고 판단 근거를 미리 제공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이 또 '혐의없음'하면 끝?…“최종 결정권은 검사에게 있다”
고소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경찰이 보완수사 후 또다시 불송치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가’이다.
법적 절차를 살펴보면 답은 ‘아니오’다. 물론 경찰은 보완수사 후에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수사준칙 제60조 제5항). 하지만 A씨 사건처럼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시작된 보완수사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동규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 체제상, 불송치이의 신청으로 인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진 사건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의 보완수사 결과는 의견에 불과하며, 사건 기록 전체가 검찰로 넘어가 검사가 최종 처분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 역시 “최종 처분은 검사가 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검사는 기록을 검토한 후 직접 기소하거나, 추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감정적 호소' 대신 '법리적 팩트'로 승부하라
그렇다면 수사기관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감정적 호소 대신, 법리가 담긴 구체적 사실을 제시하라고 조언한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같은 내용을 반복 제출하기보다, 5개 혐의별로 '기존 불송치 이유', '반박 증거', '추가로 필요한 수사'를 표로 정리해야 합니다”라고 실질적인 팁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2002헌마433)나, 횡령 사실 입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경우(2002헌마150)를 ‘수사미진’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경제범죄는 민사분쟁처럼 보이기 쉬워서, 피의자 부인만 남고 객관자료가 흐릿하면 수사가 금방 약해집니다”라며 “결국 핵심은 계좌추적, 자금사용 경위, 각 혐의별 법적 요건을 어떻게 채울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판례와 법리를 근거로 경찰의 판단이 왜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무기, ‘수사관 교체’ 요청
같은 수사관에게 사건이 재배당된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도 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장우진 변호사는 “동일 수사관에게 재배당된 것은 실질적인 수사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찰서장이나 수사심의위원회에 수사관 교체 요청 또는 이의 제기를 검토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사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보다 객관적인 수사 환경을 요구하는 것도 고소인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