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내 차 들이받은 군인, 자꾸 전화하는데… 합의해줘야 하나요?
음주운전으로 내 차 들이받은 군인, 자꾸 전화하는데… 합의해줘야 하나요?
100:0 사고 후 사건은 군대로, 가해자는 합의 시도…음주운전 피해자가 챙겨야 할 것들

군인 가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시, 사건이 군 수사기관으로 이송돼도 피해자 권리는 유지된다. / AI 생성 이미지
출근길, A씨는 도시 고속화도로를 달리다가 뒤에서 오던 차에 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100% 상대방 과실이었다. 차에서 내린 가해자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의 음주 상태였다.
가해자는 현역 군인이었다. 사건은 경찰서를 떠나 군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며칠 뒤,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가해자였다. 덜컥 겁이 난 A씨는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
차량 수리는 끝났지만, 사건이 끝난 것 같지 않다. 가해자가 군인인 이 낯선 상황에서 피해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문제없다'는 경찰 아닌 '군대'로 넘어간 사건
A씨는 출근길에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운전석 뒷문과 펜더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가해자는 면허 정지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과실 비율은 가해자 100%, A씨 0%로 나왔다.
가해자가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사건은 경찰의 손을 떠나 군 수사기관으로 모두 이송됐다. 이후 가해자에게서 연락이 오자 A씨는 전화를 받지 않고 차단했다.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군인이라는 점은 형사 절차의 관할이 바뀐 것일 뿐, 피해자의 권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로어스 전서현 변호사는 "가해자가 군인이라는 점은 형사절차의 관할에 영향을 줄 뿐, 질문자님의 피해자 권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 역시 "절차를 담당하는 기관만 달라졌을 뿐, 가해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 자체는 동일하게 진행되니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조언했다.
"지금 안 아파도 병원부터"…놓치면 못 받는 '숨은 손해'
변호사들은 당장 몸에 큰 이상이 없더라도 섣불리 안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며칠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변호사 정재익 법률사무소 정재익 변호사는 "현재 별도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교통사고 후 며칠 내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 진료를 받으시고 진단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만약 진단서가 발급되면 가해자의 혐의가 단순 음주운전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죄 등 더 무거운 범죄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치료비와 별도의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차량 수리비 외에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또 있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수리 기간 동안의 렌트비나 교통비도 별도로 청구 대상이고, 골격에 가까운 부위가 손상되었다면 시세 하락에 따른 격락손해도 함께 다투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 군인의 '합의 전화', 섣불리 응하면 안 되는 이유
가해자가 연락을 시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형사처벌과 군 내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오승윤 변호사는 "군인은 음주운전 적발 시 일반인보다 매우 엄격한 징계 및 형사 절차를 적용받는다"며 "가해자는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에게 '형사 합의(처벌불원서)'를 구하고자 연락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섣불리 합의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섣불리 합의하면 추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향후 합의 여부는 형사처벌 수위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 전략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접 통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법무법인 로어스 안태욱 변호사는 "직접 통화가 부담된다면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만 응대하거나 보험사 또는 변호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경찰, 군검찰…피해자가 먼저 해야 할 일
A씨와 같이 군인이 가해자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면, 마냥 기다리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사건이 이송된 군 수사기관이 어디인지, 사건번호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관할 군사경찰부대나 군검찰에 피해자임을 전제로 진행상황 통지 요청을 하면 된다"며 "군사법경찰관은 접수, 매 1개월 경과, 송치 등 종결 시 피해자에게 진행상황을 통지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는 "군수사기관에 피해자 의견서를 제출해 처벌 의사와 피해 내용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며 "음주 수치와 피해자의 엄벌 의사는 처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모든 서류를 챙겨 두는 것도 기본이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사진, 수리 견적서, 보험 처리 내역은 보관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