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돈 준다더니'…돌아온 건 법인 파산 통보
'집 팔아 돈 준다더니'…돌아온 건 법인 파산 통보
1.6억 보증금 반환 약속 믿었건만, 계약 연장 후 기만

5년전 1억6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주고 아파트에 입주한 A씨. '집을 팔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임대법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1년 연장했지만, 돌아온 것은 파산 선고 통지서였다. / AI 상성 이미지
5년 전 약 1억 6천만 원의 전세 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아파트다. '집을 팔아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임대법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1년 연장했지만, 돌아온 것은 파산 선고 통지서였다.
무자본 갭투기 정황이 명백한 상황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임차인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매각 위해 1년만…" 약속 뒤에 숨긴 파산 신청
사건은 2021년 4월, A씨가 시가 1억 6100만 원짜리 아파트에 보증금 1억 6000만 원을 내고 입주하며 시작됐다. 2년 뒤 600만 원을 증액해 계약을 갱신했지만, 평온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25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자, 임대법인은 "부동산 매각 외의 방법으로는 반환이 불가능하다"며 원활한 반환을 위해 1년 정도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A씨는 이를 믿고 동의했다. 하지만 임대법인은 약속과 달리 2026년 3월 파산을 신청했고, A씨는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차라리 해당 부동산을 직접 매수하라'는 권유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명백한 기망"…법률가들이 지목한 '사기'의 증거들
A씨는 과연 자신이 전세사기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제시한 정황들이 임대인의 '기망(속이려는) 의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며 매우 유의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병철 변호사는 "반환 약속 후 파산 신청을 한 점과 단기간 다수 주택 취득 사실은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의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변호사 역시 "매각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파산을 신청한 행위는 기망 의도의 핵심 정황"이라며 A씨의 의혹이 "결코 헛다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매각을 통한 반환 약속으로 계약 연장을 유도한 뒤 파산 신청 ▲법인 자산이 없음에도 개인 명의 아파트를 거론하며 안심시킨 행위 ▲단기간 다수 주택 동시 취득으로 여러 피해자를 양산한 패턴은 사기죄 성립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으로 꼽혔다.
'결정적 증거' 확보법…전문가들이 강조한 두 가지
사기 의도를 입증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첫 번째 증거는 임대인의 거짓 약속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다.
강대현 변호사는 "당시 상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은 매우 결정적인 증거이므로, 이를 반드시 안전하게 보관하고 문서화해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직적 사기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다. 신은정 변호사는 "통화 녹취록 외에 법인이 단기간에 매입한 다른 주택들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발급받아 동시 매입 정황을 증빙하시고, 다른 피해자들의 미반환 내역을 취합하여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다른 피해자 3명과의 연대를 통해 피해 규모와 패턴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관재인의 '매수 권유', 섣불리 응하면 안 되는 이유
파산관재인이 A씨에게 제안한 '부동산 직접 매수'에 대해서는 모든 변호사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섣불리 제안에 응했다가 더 유리한 권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수진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우선매수권 행사 등 별도의 보호 수단이 생깁니다"라며 "피해자 요건 인정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매수 여부를 결정하셔야 훨씬 유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피해자로 결정되면 경매·공매 유예, 저금리 대환대출, LH 매입임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관재인의 제안에 답하기 전에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피해자 인정 신청을 서두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