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빠의 ‘구속은 없다’ 속삭임…대법 “없는 내용 알려줘도 명백한 비밀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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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빠의 ‘구속은 없다’ 속삭임…대법 “없는 내용 알려줘도 명백한 비밀누설”

2025. 08. 02 12:15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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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서류에 '없는 내용' 알려준 것도 유죄

“아빠만 믿어”…아들 사건 엿본 경찰 간부, 그릇된 부정(父情)의 대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참고 이미지.

경찰 간부 아버지가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아들에게 건넨 “구속될 일 없다”는 위로 한마디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대법원은 수사 서류에 특정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 역시 중대한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며 하급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아빠만 믿어”…형법 127조 위반의 무게

사건은 2020년,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청문감사관으로 근무하던 A씨에게서 시작됐다. 그의 아들이 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 공교롭게도 A씨가 근무하는 경찰서에 배당된 것이다. 아들 걱정에 A씨는 직권을 이용해 아들 사건 기록을 열람했고, 검사의 수사 지휘서에 구속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곧장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 지휘 내용에 구속 이야기가 없으니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아들을 안심시켰다.


이 행위로 A씨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형법 제127조 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이 직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내용 없으면 비밀도 없다”…무죄 선고한 1·2심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사 지휘서에 구속 등 신병 처리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이상, '구속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지휘서 내용을 누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서에 없는 내용을 말한 것이 어떻게 비밀 누설이냐는 논리였다. 이대로 A씨는 아버지의 정으로 인한 작은 실수로 법의 처벌을 피하는 듯 보였다.


“'침묵'도 정보다”…대법원이 밝힌 '보이지 않는 비밀'

그러나 대법원의 시선은 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원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


대법원은 '구속 지휘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수사기관의 의도를 추측하게 만드는 핵심 정보라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수사 지휘 내용에 특정 지휘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그 자체로 수사기관의 의도나 방침 등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될 정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면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의중을 파악하고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등 수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유죄 가능성 매우 높아져

결국 '아무 내용이 없다'는 소극적 정보 역시, 피의자에게는 수사의 밑그림을 그리게 하는 결정적 '비밀'이라는 게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내는 절차다.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이 지적한 법리 판단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하므로, A씨는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그릇된 속삭임이 법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대법원의 엄중한 경고가 A씨의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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