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전처의 일방적인 자녀 성 변경 통보, 법적으로 효력 있을까?
이혼 후 전처의 일방적인 자녀 성 변경 통보, 법적으로 효력 있을까?
법원 "아이 복리가 최우선"
양육비·만남 꾸준했다면 변경 가능성 낮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살 딸을 둔 아빠 A씨는 2년 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계획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법원 조정을 통해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친권과 양육권은 엄마에게 넘어갔지만, 그는 한 달에 두 번 딸을 만나고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며 사랑을 전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전처가 보낸 메시지였다. "아이의 성과 본을 내 쪽으로 바꾸려 한다. 아빠의 흔적을 지워주고 싶다." 이 메시지와 함께 전처는 아이가 피곤하다는 등 핑계를 대며 딸과의 만남조차 막아서고 있다. A씨는 딸의 성이 바뀌면 부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질까 두렵다.
이혼 후 엄마가 자녀의 성을 바꾸는 일,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3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정은영 변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법적 쟁점을 짚어봤다.
성본 변경, 엄마 마음대로 안 돼⋯법원 잣대는 '자녀의 복리'
전처의 일방적인 통보처럼, 부모 한쪽이 원한다고 해서 자녀의 성과 본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성본변경심판청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아버지, 어머니 또는 자녀가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정은영 변호사는 "가정법원은 단순히 어머니가 원한다고 해서 바로 허가하지 않는다"며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살피는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자녀의 나이와 의사
- 아버지와의 관계 유지 상황(양육비 지급, 면접교섭 이행 등)
- 성본 변경으로 인해 자녀가 사회적으로 받을 불이익
정 변호사는 "단지 부모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본을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적어도 아버지와 관계가 단절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지난 2년간 꾸준히 양육비를 보내고 딸과 만나며 애착 관계를 유지해왔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중요하게 본다. 법원은 성본 변경 사건 심리 시 아버지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때 A씨는 딸과의 유대 관계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아이가 어리고 아버지와 계속 만나고 있다면, 법원은 '성본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막무가내 면접교섭 거부, '이행명령'으로 강제할 수 있어
전처가 딸과의 만남을 막아서는 행위 역시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 A씨처럼 법원 조정을 통해 이혼한 경우, 조정조서에 명시된 면접교섭 조건을 강제할 수 있다.
바로 '면접교섭 이행명령' 신청이다. 이는 법원의 판결이나 조정조서에 정해진 면접교섭을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때, 가정법원에 이행을 강제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만약 법원의 이행명령을 받고도 전처가 계속 만남을 거부한다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정 변호사는 "협의이혼을 한 경우라면 먼저 '면접교섭심판청구'라는 새로운 소송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조정으로 이혼했기에 조정조서를 근거로 곧바로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