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돌보려 전입했는데…” 생애 첫 '내 집'이 위장전입 덫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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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돌보려 전입했는데…” 생애 첫 '내 집'이 위장전입 덫에 걸렸다

2025. 09. 09 13:1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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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약 위한 위장전입” 수사…전문가들 “이미 자격 있었다면 고의성 없어, 돌봄 증거 확보가 관건”

A씨가 외할머니 집으로 주소를 옮긴 뒤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당첨됐는데, 경찰이 위장 전입으로 보고 수사를 개시했다. /셔터스톡

생애최초 특공 당첨자, '위장전입' 수사 착수…'고의성 부재' 입증이 핵심


평생의 꿈이던 '내 집 마련'이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생애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무주택 세대주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에 당첨된 A씨가 '위장전입'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아파트 계약 취소는 물론, 최악의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통보에 임신 중인 A씨는 망연자실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께 살던 언니가 이사하며 거처를 옮겨야 했던 A씨는 장기요양 4등급 판정을 받은 외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외할머니 댁(서울 동대문구)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 바로 다음 달인 12월, A씨는 특별공급에 청약했고 기적처럼 예비당첨자로 선정돼 계약까지 마쳤다.


아이러니한 점은 A씨가 이미 2020년부터 서울에 거주하며 특별공급 청약 자격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전입을 청약 당첨을 위한 '꼼수'로 보고 수사를 개시했다.


'효심'인가 '꼼수'인가…엇갈린 전입의 진실


경찰의 의심은 명확하다. A씨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청약 자격을 얻거나 유지할 목적으로 주소만 옮겼다는 것이다. 정부가 위장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청약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A씨는 두 가지 무거운 처벌을 동시에 받게 된다.


첫째, 주민등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둘째, 주택법 위반으로 어렵게 얻은 분양권은 계약이 취소되고, 향후 10년 간 청약 자격까지 박탈 당하는, 이른바 '부동산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A씨는 “회사일이 바빠 외할머니 댁에 자주 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돌봄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전입한 것이지, 청약을 위해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위장전입 할 동기 없었다”…'고의성 부재'가 최강의 방패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가장 강력한 방패로 '위장전입 동기의 부재'를 꼽는다. 이미 2020년부터 서울에 거주하며 무주택 요건을 충족했기에, 굳이 3년 뒤인 2023년에 위험을 무릅쓰고 위장전입을 할 실익이 없었다는 논리다.


서아람 변호사는 “상담자는 이미 언니와 함께 무주택 세대로 특별공급 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기에, 굳이 주소를 옮길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 중요한 방어 논리”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거주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카드 사용 내역이나 교통카드 기록은 전무하고, 손에 쥔 증거는 당시 찍은 사진 한 장뿐이다.


이에 대해 남천우 변호사는 “카드 사용 내역이 없는 것은 외조모 댁에서 별도 생활비 지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 가능하다”며 “외조모의 장기요양등급 증명서, 돌봄 필요성을 입증하는 자료, 언니의 이사 관련 서류 등 간접 자료를 통해 전입 사유의 정당성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직접적인 금융 기록이 없더라도, 전입의 진짜 목적이 가족 돌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경찰 첫 조사 '골든타임'…진술 번복은 금물, 일관성이 생명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라는 '골든타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A씨가 경찰과의 첫 통화에서 당황한 나머지 외할머니 돌봄 문제를 제대로 언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조선규 변호사는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하여 주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외할머니 돌봄이라는 전체적인 경위를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섣부른 변명보다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신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시완 변호사 역시 “이런 사건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므로 유사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가 대리하여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불송치(검찰로 사건을 보내지 않고 종결하는 처분)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A씨는 '청약 자격이 이미 있었다'는 강력한 방패를 가졌지만, '실거주'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한 불리함도 동시에 안고 있다. 한순간의 선택이 불러온 경찰 조사가 평생의 꿈이었던 '내 집 마련'의 기쁨을 앗아갈지, 아니면 억울함을 풀고 보금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이제 그녀의 진술과 증거에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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