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입어서 맞아야 해" 지적장애 여친 뼈 부러뜨린 남성, 법원 판단은?
"예쁘게 입어서 맞아야 해" 지적장애 여친 뼈 부러뜨린 남성, 법원 판단은?
전신 골절에도 '집유' 선고에 공분
법조계 "취약한 피해자 대상 범행, 죄질 무겁지만 초범인 점 고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남 김해에서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여자친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전신 골절 등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방어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예쁘게 입었다'는 황당한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알려지며 법정형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창원지법 형사7단독(이효제 판사)은 상해 및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경남 김해시 주거지 등에서 여자친구 B씨를 수시로 마구 폭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B씨가 평소보다 옷을 예쁘게 입었다는 이유로 전신을 심하게 때려 다발성 골절과 타박상 등 전치 42일의 중상을 입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B씨가 과거 남자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총 6차례에 걸쳐 폭행을 이어갔으며, 주방에 있던 쇠젓가락으로 찌를 듯이 위협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피해자 B씨는 중증 지적장애가 있어 이러한 가혹 행위에 적절히 대응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42일 치료 필요한 '중한 상해', 법적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피해자가 '범행에 취약한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다는 점과 상해의 정도가 '전치 42일'에 달하는 중대함에 있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신 골절을 입힌 행위는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죄)에 해당한다. 또한 6차례의 반복적 폭력은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죄)이, 쇠젓가락을 이용한 위협은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죄)이 각각 적용됐다.
특히 피해자가 중증 지적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장애인복지법 위반 여부도 주목받았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는 장애인에 대한 폭행 및 상해를 엄격히 금지하며, 위반 시 형법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죄책 무거우나 반성 중" 집행유예 선고의 이면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폭행해 상해가 상당히 중하므로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상해는 가중 처벌 요소다. 이 사건의 경우 권고형 범위가 징역 6개월에서 2년 사이인 '가중영역'에 해당하며, 실제 선고된 징역 1년 6개월은 이 범위의 상한선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택한 이유는 A씨의 전력과 태도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 과거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증 장애인 대상 범죄는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피고인이 20대로 젊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사회 내에서 교화할 기회를 주는 형사정책적 판단이 작용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유사 판례로 본 장애인 대상 범죄의 엄중함
이번 판결은 과거 유사한 판례들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피해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청주지법(2017고합216)에서도 불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중한 상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으며, 대전지법 논산지원(2023고합38)은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폭행 및 상해를 저지른 사안에서 심신미약을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A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으나, 향후 3년의 유예 기간 중 재범할 경우 이번에 선고된 1년 6개월의 실형까지 합산되어 복역하게 된다. 장애인 인권 단체 일각에서는 취약 계층을 향한 '묻지마식 폭행'에 대해 더욱 단호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