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한 대가 '쌍방폭행'? 감금 남친의 섬뜩한 궤변
뺨 한 대가 '쌍방폭행'? 감금 남친의 섬뜩한 궤변
30시간 폭행·감금 후 "너도 때렸잖아, 피 볼래?" 협박까지

30시간 가까이 감금, 폭행 당한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남성은 '쌍방폭행'으로 맞고소하겠다며 협박했다. / AI 생성 이미지
남자친구 집에 30시간 가까이 갇혀 폭행당한 여성이 이별을 통보했다가 '너도 뺨을 때렸다'며 맞고소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 출동 직전까지 이어진 폭력 속에서 단 한 번의 저항이 과연 '쌍방폭행'의 족쇄가 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의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며 "전형적인 압박 수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핸드폰과 지갑을 숨기고'…30시간의 지옥
사건은 경주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벌어졌다. 부산에 사는 A씨는 17일 새벽 2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약 30시간 동안 남자친구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A씨의 핸드폰과 지갑을 숨겨 귀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집에 가라고 소리치며 A씨를 밀치면서도, 정작 돌아갈 방도인 소지품은 내주지 않았다. “입에 꿀을 발랐냐”며 손으로 입을 쳐 입술을 터뜨렸고, 머리와 이마를 수차례 밀치고 발을 걷어차는 등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저항하며 남자친구의 뺨을 한 대 때렸다. 남자친구가 A씨의 소지품을 들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A씨는 거실에 있던 공기계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오기 직전까지도 남성의 폭행은 계속됐다.
이별 통보에 돌아온 협박 “피 보고 싶냐?”
경찰 출동으로 악몽에서 벗어난 A씨는 파출소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반성과 사과가 아닌 서늘한 협박이었다.
남자친구는 “끝난 건 알겠는데, 그 이상 서로 피를 보고 싶냐”, “니가 먼저 뺨을 때려 놓고, 그러고 싶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조사에서 뺨을 때린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던 A씨는 순식간에 '쌍방폭행'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이 찍어 간 상처 사진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지만, 자신의 진술이 족쇄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전문가들 “전형적 압박 수법…방어행위 입증이 관건”
A씨의 뺨 한 대는 과연 쌍방폭행으로 처벌될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남자친구의 주장이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자 압박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장예준 변호사는 “상대방이 '네가 먼저 때렸다'며 피를 보겠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죄질이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알기에 쌍방폭행을 빌미로 고소 취하나 합의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즉, 더 큰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A씨의 저항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 역시 “두 사람의 책임이 동일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방의 선행 폭행, 귀가 방해, 소지품 은닉, 112 신고 경위, 질문자님의 행위가 방어·탈출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회의 저항 행위가 장시간 이어진 감금과 폭행과 같은 무게로 평가될 수 없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방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술하실 때도 ‘저도 때렸으니 쌍방입니다’라고 단순화하기보다, 소지품을 돌려받지 못해 귀가하지 못한 경위와 반복된 폭행, 신고 직전 상황을 시간순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상황의 전후 맥락을 명확히 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