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집행유예'…해외여행 결격 한 줄에 취업길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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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집행유예'…해외여행 결격 한 줄에 취업길 막혔다

2026. 05. 07 09: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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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은 문제없지만…'미국 비자'가 숨은 복병

성범죄 집행유예 전력자가 '해외여행 결격사유' 조항으로 취업난을 겪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3년 전 성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대학생의 취업 고민이 법조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채용공고의 '해외여행 결격사유'라는 단 한 줄이 과거의 주홍글씨를 현재의 족쇄로 만드는 현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내법상 출국은 자유롭지만, 미국 등 특정 국가의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기업이 사실상 채용을 거르는 '숨은 필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는 이제 취업도 못 하나요?'…한 대학생의 절규


사건의 시작은 3년 전 성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학생 A씨가 올린 글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의 문을 두드리던 그는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데 '해외여행 결격사유에 제한이 있는 자' 라는 문구로 취업이 아예 불가능한건지 알고싶어 글을 올렸습니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A씨의 불안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기업이 해외여행 제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비자 발급'을 요구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그는 "여부 확인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를 피해갈 방법이 있을지 알고 싶어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라고 덧붙였다.


'해외여행 결격'의 진짜 의미…'출국' 아닌 '입국'이 문제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대한민국 법률상 해외로 출국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여권법」과 「출입국관리법」은 성범죄 집행유예 전력 자체를 여권 발급 제한이나 출국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성범죄 집행유예를 받았더라도 현재 법적으로 출국 제한이 없고,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면 일반 사기업 취업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미국'이라는 변수다. 기업의 채용 공고에 명시된 '해외여행 결격사유'는 단순히 한국 출국 가능 여부를 넘어, 주요 사업 대상국인 미국의 입국 가능 여부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이민법(INA)은 "도덕적 타락을 수반하는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 CIMT)"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는데, 성범죄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A씨가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면, 그는 회사의 기준에서 '해외여행 결격사유가 있는 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취업이 막힌 건 아니다…법적 취업제한 기관은 따로 있어


그렇다고 A씨의 모든 취업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특정 기관에 한정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 유치원, 학교, 학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는 일정 기간 취업이 법적으로 제한된다.


역으로 말하면, 이를 제외한 일반 사기업은 성범죄 전력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할 법적 의무나 근거는 없다.


A씨의 취업을 가로막는 것은 법률이 아니라 '해외여행 결격사유'라는 기업의 자율적인 채용 기준인 셈이다.


'피해갈 방법'은 없다…전문가 "정직하게 설명하고 협의해야"


A씨가 찾고 싶어 했던 '피해갈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호히 '없다'고 말한다. 범죄 전력을 숨기고 입사하는 것은 더 큰 법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윤관열 변호사는 "해외 여행 제한 여부를 숨기는 것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와 협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가 발각될 경우, 채용 취소는 물론 사기죄 등으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A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해외 출장이나 파견 가능성이 낮은 국내 업무 중심의 직무를 선택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고지하고 기업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가 남긴 주홍글씨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 한 청년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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