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중 창문 넘어온 남편, '내 집' 주장…법원 판단은?
이혼 중 창문 넘어온 남편, '내 집' 주장…법원 판단은?
공동명의라도 6개월 별거·비정상 침입은 '명백한 범죄'

별거 중인 남편이 공동명의 집에 무단 침입해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 AI 생성 이미지
폭행 문제로 이혼 소송을 벌이며 별거 중인 남편이 6개월 만에 베란다 창문을 넘어 공동명의 집에 침입했다. 집안을 촬영한 흔적까지 발견되자 아내는 불안에 휩싸였다.
'내 집'이라는 주장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명백한 주거침입죄'라며, 주택의 명의보다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우선하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내 집인데 왜?'…6개월 만에 창문으로 돌아온 남편
9개월째 남편과 폭행 문제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A씨. 아이들과 함께 공동명의인 집에서 살던 그녀는 최근 섬뜩한 일을 겪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고 CCTV를 돌려보자, 그곳엔 6개월 전 스스로 집을 나갔던 남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없어진 물건은 없었지만, 집안 곳곳을 카메라로 찍어간 정황에 A씨는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본인 발로 나간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요, 주거침입 해당 안되나요?"라며 법률 자문을 구했다.
'공동명의'는 방패막이 될 수 없다... 변호사들 "만장일치 유죄"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주택이 공동명의라는 사실은 범죄 성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주거침입죄는 해당 주택의 명의보다는 생활관계의 실질에 따라 주거의 평온을 해한 행위인지를 기준으로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고 못 박았다. 6개월간 자발적으로 나가 살았고, 정상적인 출입문이 아닌 창문으로 들어온 점 자체가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 명백한 증거라는 설명이다.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도 같았다. 법무법인 유안의 김용주 변호사는 "상대방이 더이상 공동거주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으며,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 역시 "법리적으로 주거침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남편이 집안 사진을 찍어간 행위에 대해 안재영 변호사(법무법인 유안)는 "특별히 형사 고소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듯 하다"면서도, 주거침입 범행의 증거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례도 명확... '별거 중 무단 침입은 범죄'
전문가들의 이런 판단은 확립된 법원 판례에 근거한다. 우리 형법 제319조(주거침입)가 보호하는 것은 소유권 같은 법적 권리가 아닌 '사실상의 주거 평온'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는 외부인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히 이혼 소송 중인 부부 사이에서는 이 원칙이 더욱 명확하게 적용된다. 법원은 비록 법률상 부부이고 주택이 공동 소유라 할지라도, 한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별거하며 이혼 소송까지 진행 중이라면 공동거주 관계는 이미 깨졌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가족이 사는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행위는 '타인의 주거'에 침입한 것과 같다는 게 판례의 일관된 태도다. 남편의 행위가 이혼 소송에서 중대한 유책 사유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CCTV 확보부터 접근금지 신청까지…대응 방안은?
변호사들은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조언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편의 침입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여러 곳에 복사해두는 등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주거침입으로 형사 고소할 수 있다.
법무법인 유안의 김용주 변호사는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이번에 발생한 일을 이혼소송에서 주장하시기 바란다"며 사건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편의 재침입이 우려된다면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도 강력한 방법이다. 이는 이혼 소송과 별개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전문가들은 공동명의라는 이유로 망설이지 말고, 확보된 증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법적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