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써도 못 받아?" 동성 커플 재산 지키는 법률 전략
"유언장 써도 못 받아?" 동성 커플 재산 지키는 법률 전략
유언장도 무력화하는 '유류분'
6억 공제 없는 '세금폭탄'
변호사들의 생존 가이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가 죽으면 평생 일군 재산, 파트너는 한 푼도 못 받나요?"
법적으로 '가족'이 아닌 동성 커플의 절박한 질문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법적 공백을 파고든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유언장을 써도 법정상속인의 '유류분' 권리 앞에 무력해지고, 살아서 재산을 주려 해도 '배우자 공제' 없는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 현실.
공정증서 유언부터 생전 증여, 신탁, 보험, 공동명의까지, 현행법의 틈새를 파고들어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변호사들의 치밀한 법률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유언장도 소용없다?"…'유류분'이라는 거대한 장벽
외벌이로 경제를 책임져 온 A씨.
수입이 없는 동성 파트너의 노후를 위해 집과 차, 현금 등 모든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모아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이 가득하다.
A씨는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며, 특히 "집은 반드시 동성 파트너에게 상속되도록 지정하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유사시 파트너가 삶의 터전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다.
현행 민법상 동성 파트너는 법정상속인이 아니다.
A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사망하면 재산은 부모나 형제자매 등 법정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이를 막기 위해 유언장을 작성해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유류분' 제도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동성파트너에게 질문자님 재산이 전액 상속되도록 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류분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유언보다 법정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을 우선하는 유류분은 A씨의 선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다.
'생전 증여'가 정답일까?…6억 공제 없는 '세금 폭탄'의 함정
그렇다면 살아서 미리 주는 '생전 증여'는 어떨까. 많은 변호사가 언급하는 방법이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현행 세법상 배우자 간 증여는 10년간 6억 원까지 공제되지만, 법적 부부가 아닌 동성 파트너는 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막대한 증여세와 부동산 취득세 등 '세금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유류분이다. 제3자(파트너)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사망 전 1년 이내의 것만 유류분 산정 재산에 포함된다. 이 점을 활용해 1년 이상 일찍 증여하면 유류분 청구를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한 경우'에는 기간 제한 없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유언장·신탁·보험…유류분 회피 위한 '최상의 조합'은?
변호사들은 단일 해법이 아닌 '복합 전략'을 주문했다.
우선 유언을 하더라도 가장 확실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유언공증을 통해 상속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는 "생명보험의 수익자를 동성 파트너로 지정하는 방법"을 강력 추천했다. 그 이유는 "보험금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라는 결정적 한 문장에 있다.
유류분 분쟁과 무관하게 파트너에게 안정적인 자산을 남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 박수진 변호사가 제시한 '유언대용 신탁'이나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가 언급한 '공동명의 설정' 역시 재산 통제권을 유지하며 승계를 계획할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결국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는 재산 형태와 가족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한 줄기 빛 '형제 유류분 위헌'…그러나 '부모'는 여전히 변수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A씨와 같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을 위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 박수진 변호사는 이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짚었다.
그는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상속인이 형제자매가 되면,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는 최근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인정되지 않게 되었으므로 이 경우는 유언대용 신탁이나 유언장에 의해 동성 파트너에게 모든 재산을 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A씨에게 자녀가 없고 부모님마저 세상을 떠난 상황이라면, 유언만으로 전 재산을 파트너에게 온전히 남길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모님보다 귀하가 먼저 돌아가시게 되면 부모님에 의해 유류분 청구가 가능함을 예상하셔야 합니다"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부모의 유류분권은 여전히 살아있는 최후의 변수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의 높은 벽 앞에서 소중한 파트너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률 및 세무 전문가와 함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맞춤형 복합 전략'을 치밀하게 세우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