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처럼 당당하게 우리 집 출입하는 아버지의 불륜녀, 처벌하고 싶어요
자기 집처럼 당당하게 우리 집 출입하는 아버지의 불륜녀, 처벌하고 싶어요
아버지와 함께 사는 집에 들어온 아버지의 불륜녀, 주거침입죄 성립 안 되나?
대법원 판례는 '유죄'지만⋯하급심 판례는 유, 무죄 갈려
주거침입죄 고소하면 기소될 가능성 크지만⋯법원에서 판결은 두고 봐야

외출했다 돌아온 A씨는 집에서 반갑지 않은 사람과 마주쳤다. 그녀는 바로 아버지의 불륜 상대 B씨였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주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머, 안녕? 왔니?"
외출했다 돌아온 A씨는 집에서 반갑지 않은 사람과 마주쳤다. 그녀는 바로 아버지의 불륜 상대 B씨였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주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어머니는 생전에 아버지와 이혼을 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위자료나 재산분할 해줄 생각 없다"며 이혼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B씨를 만났는데, 자녀인 A씨가 함께 살고 있음에도 집에 데려오기도 했다. 속이 뒤집혔지만 어머니의 간병을 하느라 허튼 곳에 힘쓸 기력이 없던 A씨는 이를 눈감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무섭게 아버지 없이도 A씨의 집을 자유롭게 출입하는 B씨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A씨는 이날 B씨를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담당 경찰관은 "주거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의 동의 아래 출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어떻게든 이 불륜녀를 처벌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변호사들은 "주거침입죄가 안 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법무법인 혜화의 박호동 변호사는 "(아버지의) 상간녀 B씨가 공동 주거권자인 A씨의 의사에 반해 다른 공동 주거권자인 아버지의 동의만 얻어 집에 들어간 것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담당 경찰관이 말한 것이 법원에서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견해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형사고소할 수 있고, 기소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다만 처벌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최근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1984년 대법원은 "주거권자 여럿 중 한 사람의 승낙이 있었어도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면,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83도685 판결)
이에 따르면, 불륜녀 B씨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았더라도 함께 살고 있는 A씨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대법원 판례를 깬 이례적인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불륜 관계에 있던 여성 C씨의 집을 C씨 남편 몰래 방문했던 남성. 이후 이 남성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됐는데,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부 부장판사)는 "불륜 남성은 C씨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에 대한 하급심 판례에서 유, 무죄가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지난 6월 주거침입죄 성립 조건에 관해 대법원에서 공개 변론이 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거주자 한쪽의 승낙을 받았고, 물리적인 침입도 아니었는데 집에 없던 사람이 주거의 평온을 침해받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한 고민이었다. 곧 나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주거침입에 대한 판단이 40년 만에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A씨는 B씨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처벌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