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사기당했는데 '고소 말라'? 경찰의 황당 안내, 법적 근거는
중고 사기당했는데 '고소 말라'? 경찰의 황당 안내, 법적 근거는
'진정'했으니 '고소'는 기각? 피해자 권리 뺏는 잘못된 법률 상식

온라인 사기 피해 미성년자가 정식 '고소'를 하려 하자 경찰이 '진정'이 접수됐다며 막아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미성년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위해 정식 '고소'를 하려 하자, 경찰이 '이미 진정이 접수돼 기각될 것'이라며 사실상 이를 막아선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는 명백히 잘못된 안내이며, 오히려 피해자의 정당한 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속한 수사와 향후 절차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진정'이 아닌 '고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사기범은 버젓이 활동하는데…" 경찰의 벽에 막힌 피해자
최근 온라인 카페를 통해 물품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한 미성년자 A씨.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판매자와의 거래라 택배를 약속하고 돈을 보냈지만, 이내 연락은 뜸해졌다.
사기를 직감한 A씨는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서 추가 피해 사실까지 확인하고 경찰서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수사는 더디게 진행됐고, 그 사이 피의자는 태연하게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답답한 마음에 A씨가 가해자의 처벌을 위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려 하자, 돌아온 것은 경찰의 황당한 답변이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이미 진정사건으로 들어가서 고소를 할 경우 고소건이 병합되거나 바로 종결 또는 기각이 나니, 하지말라"고 안내를 받았다. 범인을 잡아달라고 찾아간 경찰서에서 오히려 절차를 막아서는 듯한 상황에 A씨는 또 한 번 절망해야 했다.
'진정'과 '고소'의 결정적 차이…내 권리 지키려면 '고소'해야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안내가 명백히 잘못됐으며, '진정'과 '고소'는 법적 효력과 피해자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준표 변호사는 진정을 '수사 단서 제공'으로, 고소를 '처벌 요구 + 절차적 지위 확보'로 명확히 구분했다. 진정은 수사기관에 범죄 사실을 알리는 수준에 그쳐 수사 개시 의무가 없지만, 고소는 피해자가 범인 처벌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로, 수사기관은 의무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황미옥 변호사 역시 경찰 실무의 허점을 지적하며 "고소장과 달리 진정서, 탄원서 등과 같은 민원 서식에 불과하다면, 이는 접수 후 후속 처리 절차, 처리과정 통지, 이의제기 방법 등에 있어 차이 있으므로 피혐의자의 처벌을 구하려면 정식의 고소장 접수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향후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소인'의 지위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진정 후 고소? 불이익 전혀 없습니다" 전문가들 한목소리
그렇다면 A씨가 우려하는 것처럼 기존 진정 사건 때문에 고소가 기각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모든 전문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동규 변호사는 "동일 피해사실에 대해 다시 고소장을 제출해도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기존 사건에 병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종결이나 기각이 되는 것은 아니고, '고소 의사 표시가 추가된 것'으로 정리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새로 접수한다고 해서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하나로 병합해서 수사를 진행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오히려 고소장이 제출되면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명확해져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미성년자 고소, 수사 지연…실질적 해결책은?
A씨와 같은 미성년 피해자와 수사 지연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이동규 변호사는 "미성년자라면 법정대리인의 고소권 행사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안정적임을 시사했다.
만약 경찰 수사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면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돈호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지나치게 지연될 경우 경찰서 민원실 또는 청문감사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보시길 바랍니다"라며 적극적인 문제 제기 방법을 안내했다.
피의자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몰라도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 추적 단서만 있으면 '성명불상'으로 고소가 가능하며, 수사기관이 이를 토대로 신원을 특정하게 된다. 결국 경찰의 잘못된 안내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법정대리인과 함께 기존 진정 사건 번호를 명시한 정식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피해 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