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키스 후 2천만원 요구…수상한 ‘고소 전 합의’의 덫
노래방 키스 후 2천만원 요구…수상한 ‘고소 전 합의’의 덫
“법무과장입니다, 합의하시죠” 변호사들 “사기·공갈 가능성, 신중해야”

한 남성이 어플로 만난 여성과 가벼운 신체 접촉 후 '법률사무소 법무과장'이라는 사람으로 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받았다./ AI 생성 이미지
어플로 만난 여성과 노래방에 갔다가 가벼운 신체 접촉을 한 남성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법률사무소 법무과장’이라고 밝힌 그는 2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며 고소를 압박했다.
금액은 이내 1천만 원까지 내려갔다. 과연 이 합의를 믿어도 되는 걸까?
변호사들은 “섣부른 합의는 금물”이라며 절차의 신뢰성부터 확인하라고 입을 모은다.
“2천만 원→1천만 원” 고무줄 합의금, 법무과장의 정체는?
어플로 만난 여성과 술을 마신 뒤 노래방으로 향한 A씨.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성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졌다. 그러나 여성이 이내 불쾌감을 표시했고, A씨는 즉시 행동을 멈췄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며칠 뒤 자신을 ‘법률사무소 법무과장’이라 소개한 인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그는 “여성이 강제추행으로 고소하려 하는데, 당신만 원하면 고소 전 합의로 조용히 끝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가 처음 제시한 금액은 2천만 원. A씨가 망설이자 그는 “내가 1500으로 조정해 보겠다”더니 나중에는 “1000까지도 해 보겠다”며 스스로 금액을 낮추며 흥정을 시도했다.
A씨는 “여성과 짜고 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변호사가 아닌 법무과장이 합의를 주도하며 금액을 흥정하는 이 상황, 과연 정상적인 절차일까?
“위임장 확인은 필수, 변호사법 위반 소지”
전문가들은 변호사가 아닌 ‘법무과장’이 합의를 주도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법무과장이 합의를 주도하거나 금액을 흥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며 “일종의 고소를 압박 무기로 하여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과장과의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는 증거로 보관하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고용준 변호사 역시 “금액을 계속 낮추며 흥정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절차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실제 피해 의사와 별개로 금액만 부풀려졌다가 조정되는 흐름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실제 피해자 의사에 따른 것인지 위임장·신분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피해자와 직접 소통이 차단된 채 금전만 요구되는 경우 사기·공갈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적정 합의금은? “1000만원은 과도, 통상 수백만 원대”
A씨가 제안받은 1000만 원이라는 합의금 수준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대체로 ‘과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진열 변호사는 “경미한 접촉은 300만 원 ~ 800만 원 선, 일반적인 강제추행 초범은 보통 500만 원 ~ 1,500만 원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고 실무상 범위를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조율의 조가연 변호사 역시 “A씨 사례처럼 비교적 단발적이고 즉시 중단된 경우라면, 제시된 1,000만 원 이상 금액은 다소 높게 평가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여성이 먼저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추행에 대해서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다”며 합의금 지급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섣부른 송금은 금물… “안전한 합의가 최우선”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성급한 합의를 경계하며,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안전하게 사건을 마무리할 것을 권고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합의서를 작성할 때 민·형사상 이의제기 금지 및 비밀유지 조항 등이 법적으로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추후 추가적인 갈취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합의 시에는 반드시 ‘형사고소 포기 및 처벌불원’ 문구가 포함된 서면 합의서를 받아야 하며, 이 문구가 없으면 합의금을 지급하고도 고소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재 A씨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법무과장과의 접촉을 중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아 객관적인 상황 분석과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