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 채팅 한 줄에 '성범죄' 전과자 될 위기…'통매음'의 모호한 경계
게임 중 채팅 한 줄에 '성범죄' 전과자 될 위기…'통매음'의 모호한 경계
피의자 '아래구멍 깊숙이 쏴준다' 발언으로 검찰 송치…변호사들 '합의 우선' vs '무혐의 다퉈볼 만' 의견 팽팽

한 남성이 온라인 게임 중 다툼에서 한 발언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피의자가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개월 전 게임에서 나눈 시시껄렁한 대화. 기억조차 희미한 그 채팅 한 줄이 자신을 '성범죄 피의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 통보는 '설마 괜찮겠지'라던 막연한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신고하게 더 해봐"…도발에 넘어간 채팅 한 줄
사건은 3개월 전 한 온라인 게임에서 벌어졌다. 상대방과 시비가 붙은 상황, 고소인은 "통매음 신고하게 더 해봐"라며 그를 도발했다.
이에 그는 상대방의 닉네임을 부르며 "아래구멍"이라고 말했고, 팀원이 "깊숙이 슈웃"이라고 거들자 "깊숙이 쏴준다"고 받아쳤다.
기억도 희미한 3개월 전의 짧은 대화, 사진 한 장으로 된 증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평소 수위가 센 욕설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분명 다툼이나 다른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설마 불송치 되겠지'라던 막연한 기대는 무너졌다. 이제 그는 검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통매음'의 덫…'성적 목적' 있었나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음란한 말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음이 증명돼야 한다.
그의 발언이 과연 이 '성적 목적'을 가졌는지가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래구멍 깊숙이 쏴준다"는 표현은 그 자체로 성적 함의를 담고 있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게임 중 다툼이라는 특수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 사건은 피의자의 발언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단순한 '분노와 모욕의 표현'이었는지, 아니면 법이 규정하는 '성적 욕망 충족의 목적'을 가졌는지를 가리는 싸움으로 귀결된다. 검찰과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기소 가능성 높다"…변호사 다수의견 '합의가 우선'
법률 전문가들 다수는 일단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검사 출신 권민정 변호사는 "통매음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며 "초범이라면 합의를 권한다"고 짧게 조언했다. 최광희, 심광우 변호사 등도 "기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합의를 최우선 대응책으로 꼽았다.
검찰 단계에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 기록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강광민 변호사는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기소유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진정성 있는 반성문 제출도 선처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이상, 일단 몸을 낮추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소수의 반격: 이건 모욕이지, 성욕이 아니다"
하지만 무혐의를 목표로 적극 다퉈볼 만하다는 소수 의견도 존재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작년 대법원에서 통매음 판단 범위를 대폭 좁힌 경향이 있다"며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봤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깊숙이 쏴준다'는 말만으로 통매음이 성립하기 어렵다"며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무혐의를 다퉈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게임 중 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표현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본다. 김경태 변호사는 "고소인이 먼저 위협적인 발언을 한 정황, 발언이 단 한 차례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적 목적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엎드릴 것인가, 싸울 것인가…기소유예와 무죄 사이, 운명의 갈림길"
결국 그의 운명은 검찰이 '성적 목적'의 존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리게 됐다. 합의를 통해 기소유예로 선처받을 것인가, 아니면 혐의 자체를 벗기 위해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인가. 그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하는 동시에, 대화의 전체 맥락을 복원해 자신의 발언이 성적 목적이 아닌 분노의 표현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