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출 늪에 빠진 임신부의 눈물…“자수하면 선처받을 수 있나요?”
작업대출 늪에 빠진 임신부의 눈물…“자수하면 선처받을 수 있나요?”
생활고에 '가짜 직장' 서류로 대출받은 뒤 전액 상환했지만 형사처벌 공포에 떨어…법조계 “고의성·피해 회복 여부가 관건, 자수 전 법률 상담 필수”

생활고로 '작업대출' 사기에 연루된 한 임신부가 대출금을 모두 갚았지만, 범죄 기록으로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 자수를 고민하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순진하게 믿었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작업대출 사기 가담자가 된 예비 엄마
안정적인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내몰린 한 임신부가 인터넷 불법 대출의 늪에 빠져 매일 밤 공포에 떨고 있다. ‘무직자 대출 가능’이라는 말에 속아 ‘작업대출’에 연루된 A씨는 대출금을 모두 갚았지만, 한순간의 실수가 범죄 기록으로 남아 직장과 미래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자수까지 고민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가짜 서류에 찍은 도장 하나
모든 비극은 한순간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작됐다. 갑작스러운 실직 후 몇 달간 재취업에 실패한 A씨는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카드값과 기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벅찼다. 제2금융권까지 손을 벌려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던 그때, 인터넷에서 ‘무직자 대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처음 연락한 대출 업자는 A씨의 소득 기록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고 했다. A씨가 포기하려던 찰나, 업자는 “좋은 상품이 나왔다”며 다시 접근했다. 그가 내민 것은 가짜 회사 정보가 적힌 ‘재직증명서’였다.
A씨가 “이래도 되냐”고 묻자 업자는 “가직장이니 상관없다”며 안심시켰다. 당시 ‘작업대출’이라는 용어조차 몰랐던 A씨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서류를 제출해 대출을 받았다. 이후 업자는 수수료 30%를 떼어간 뒤 대포폰으로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매일이 지옥”…대출금 완납했지만 ‘금고형’ 공포에 자수 고민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작업대출’이라는 금융 사기 범죄임을 알게 된 A씨의 삶은 지옥으로 변했다. 다행히 곧바로 새 직장을 구해 대출금은 전액 상환했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할수록 ‘언젠가는 걸린다’, ‘형사처벌을 받는 큰일이다’라는 정보들이 A씨를 짓눌렀다.
최근 임신까지 한 A씨의 가장 큰 공포는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A씨의 직업은 ‘금고형(징역·금고형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A씨는 “한순간의 실수로 매일 지옥에서 살고 있다”며 “자수를 하면 형이 줄어들 수 있는지, 업자와 나눈 카톡 대화 내용은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변호사들 “고의 없었고 피해 회복했다면…선처 가능성”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작업대출에 가담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에 가담하였기 때문에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작업대출은 금융기관을 속이는 행위로 사기죄(형법 제347조)와 사문서위조죄(형법 제231조) 등이 적용될 수 있는 중범죄다.
다만 변호사들은 A씨에게 유리한 정상 참작 사유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경제적 궁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점, 대출금을 성실히 상환한 점, 보이스피싱 등 추가 범죄에 가담하지 않은 점, 업자에게 기망당한 정황을 입증할 수 있다는 점”을 유리한 요소로 꼽았다. 대출금을 전액 상환해 금융기관의 실질적 피해가 회복됐다는 점이 양형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수에 대해서는 대부분 ‘형사처벌 감경 사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업자들의 적극 기망행위에 의하여 가담하게 된 경우라면 기소유예(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등 선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LKB평산의 정다미 변호사는 “사안마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자수를 한다면 어떤 경로로 어디까지 할 것인지 법적인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유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작업대출’ 단순 가담, 처벌 수위는? 판례 살펴보니
법원은 작업대출 범죄에서 범행을 주도한 총책·브로커와 수동적으로 명의를 빌려준 단순 가담자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판결하는 경향을 보인다. A씨처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소극적으로 가담하고, 대출금을 모두 변제했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라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 판례를 보면, 작업대출에 명의를 빌려준 단순 가담자에게 벌금 100만~200만 원이 선고되거나(광주지법 순천지원 2021고단1474), 대출금을 모두 변제한 점 등이 참작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사례(청주지법 2021고단4)도 있다.
A씨가 우려하는 직업 박탈은 ‘금고형 이상’이 기준이므로, 벌금형으로 마무리된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다만 집행유예는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므로, 직업 유지 여부는 관련 법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법조계의 중론은 명백한 범죄 가담 사실은 인정하되, 대출에 이르게 된 절박한 사정과 불법성에 대한 무지, 피해를 완전히 회복한 점, 수사에 적극 협조하려는 태도 등을 진솔하게 소명한다면 선처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두려움에 숨기보다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A씨가 악몽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