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신과 진단서가 '상해' 증거"…동료의 공개 망신, 범죄가 될 수 있다
"내 정신과 진단서가 '상해' 증거"…동료의 공개 망신, 범죄가 될 수 있다
'괴롭힘'은 처벌불가? "모욕·명예훼손 넘어 상해죄 고소 가능"

한 직장인이 동료의 괴롭힘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는 처벌이 어렵지만, 이로 인한 정신과 진단서로 상해죄 형사고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 AI 생성 이미지
15년간 성실히 근무한 직장에서 새 부서로 발령받자마자 시작된 동료의 공개적인 망신 주기. 두 달간의 괴롭힘 끝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한 직장인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행위 자체는 처벌 규정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모욕, 명예훼손, 그리고 정신적 피해는 형법상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달간의 지옥"…15년차 직장인의 절규
15년 차 직장인 A씨는 지난 3월 새 부서로 발령받은 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옆자리 동료가 약 두 달간 사람들 앞에서 지속적으로 망신을 주는 등 괴롭힘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회사 인권센터에 신고를 접수했고, 생애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괴롭힘의 원인을 "윗사람들이 자기편이라는 자신감과 텃세, 그리고 이전에 저와 법정이자 이상의 금전거래(가해자가 대여해줌, 지금은 모두 상환)에서 온 우월의식입니다"라고 토로했다.
15년간 휴직 한 번 없이 일해 온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게 된 A씨는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을지,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다.
'직장 내 괴롭힘' 자체는 처벌 불가?…진짜 열쇠는 '형법'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형사 규정이 없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괴롭힘의 '구체적인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면 얼마든지 형사고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형사 규정은 없지만, 질문자님의 상황은 형법상 명예훼손, 모욕, 그리고 상해죄의 성립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먼저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개념으로, 그 자체로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직접적인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다만 괴롭힘의 구체적인 행위 양태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밝혀, 처벌의 핵심이 구체적 행위의 입증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신과 진단서, '모욕'을 '상해'로 바꾸는 결정적 증거
특히 A씨의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정신과 진단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 모욕을 넘어 '상해죄'로까지 사안을 격상시킬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고 분석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사실은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신체의 완전성이 침해된 것으로 보아 형법상 상해죄를 적용하여 고소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인권센터의 판단과 정신과 진단서가 결합될 때 강력한 증거가 된다며, "이때 회사 내 인권센터의 공식적인 괴롭힘 인정 결과와 과거 진료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발급된 정신과 진단서는, 가해자의 괴롭힘 행위와 질문자님의 정신적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해든의 김성돈 변호사는 처벌 수위에 대해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질 경우 죄질과 상해 정도에 따라 단순 모욕은 소액 벌금형에 그치지만, 상해죄나 명예훼손죄가 경합되면 최소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으며, 구체적인 괴롭힘 정황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퇴사 전 '이것'부터…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
그렇다면 A씨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섣불리 퇴사하기 전 '증거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태강 고재영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는 괴롭힘 발언과 상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인권센터 조사 결과와 정신과 기록을 기반으로 형사·민사·노동 대응을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 준비하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 역시 "퇴사 전 가해자의 발언 내용과 목격자를 확보해 증거를 체계화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병행해 실질적인 피해를 회복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퇴사를 결심했더라도 ▲인권센터 조사 결과 확보 ▲괴롭힘 일시·장소·내용·목격자 기록 ▲정신과 진단서 등을 철저히 준비해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노동청 신고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