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한 상사 신고했는데, '공무원'이라고요? 음⋯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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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한 상사 신고했는데, '공무원'이라고요? 음⋯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겠네요

2020. 10. 22 11:46 작성
정원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wi.ju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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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육 맛있겠다" 막말 상사 신고했는데⋯여전히 함께 일할 수 있는 이유는

"XX새끼야" 욕설은 기본. "인육은 맛있을 것 같다, 먹어보고 싶다" 비상식적 발언에,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보복성 발언까지. 견디다 못해 신고했지만, 여전히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셔터스톡

지난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신설됐을 때, "과거 직장에서 횡행한 말도 안 되는 '갑질'은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 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직원들은 여전히 폭압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공관 직원들은 부영사 A씨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발언에 고통받았다. A씨는 직원들에게 "XX새끼야"라는 욕설은 기본이고,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인육은 맛있을 것 같다, 먹어보고 싶다" 등의 발언으로 직원들을 못살게 굴었다.


이에 견디다 못한 피해 직원들은 A씨의 사문서위조, 물품 단가 조작 등과 함께 외교부에 신고했지만, A씨가 받은 처분은 '경고 조치'가 전부. 심지어 그는 신고한 직원들이 일하는 그곳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어떻게 그곳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걸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되지 않는 공무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공무원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부처별로 지정한 '자체 규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은 자체 규정이 있다면 이를 우선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대법원이 "공무원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라는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뒤집어 말하면 자체 규정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있다면 근로기준법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외교부 직원이 (무기계약직과 같은) 공무직이라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면서도 "(그 외 일반적인) 공무원이라면 외교부 자체 가이드라인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법에 비해 느슨한 그들의 '가이드라인'

외교부 특별감사관에 따르면 외교부 공무원들에겐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외교부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외교부 및 그 소속기관 등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 등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정리해 둔 가이드라인이지만, 이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비교해 봤을 때 느슨한 부분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즉각성'이다. '직장 내 처벌 금지법'은 사업주가 괴롭힘 발생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위자(가해자)의 징계나 근무 장소의 변경 등도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외교부의 가이드라인에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소속 기관에 가해자와 격리되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공간 분리 등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직접 요청을 해야지만 가해자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각 조치'에 대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도, 조사가 늦게 이뤄져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이번 사례에 적용해보면 두 제도의 결정적인 차이가 확인된다. 만일 피해직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였다면, 피해 사실을 보고한 이후 가해자인 부영사 A씨와 즉각 분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 가이드라인의 지배하에 있는 그들은, 결국 아직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보복에 대해서도⋯처벌 조항이 있는 '법' vs.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가이드라인'

두 제도는 '신고자에 대한 보복' 상황이 벌어졌을 때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추후 불이익을 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외교부의 가이드라인은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에 그쳤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효적인 안전장치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피해 직원은 부영사 A씨가 경고 처분을 받자, 퇴직을 강요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안 된다'로만 규정되어 있어 피해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패막이가 없는 것이다. 만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의해 그런 보복을 감행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외교부 감사관실 조사 과정에서 인육과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은 문제 제기된 바 없다"며 "행정직원 퇴직 종용에 관한 2차 피해 주장도 처음 제기된 주장"이라고 21일 밝혔다.


이어 "필요시 사실관계 확인 등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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