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무면허에 받히고 차는 폐차… '중고차 구입비' 받을 수 있나
음주·무면허에 받히고 차는 폐차… '중고차 구입비' 받을 수 있나
지하주차장 음주·무면허 후진 사고 피해자, 2차 피해 호소…형사재판 '배상명령제도'와 민사소송 쟁점 분석

음주·무면허 운전 사고 피해자가 며칠 뒤 차량 터보 고장으로 폐차 손해를 입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음주·무면허 '쿵'…사고 며칠 뒤 폐차, 중고차 구입비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음주·무면허 운전자가 낸 사고로 차가 망가졌는데, 며칠 뒤 폐차까지 하게 됐다면 중고차 구입비 750만 원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한 시민이 겪은 악몽 같은 사고와 그 이후의 복잡한 법적 분쟁을 따라가 봤다.
"두 번 '쿵' 하더니 차가 죽었다"…악몽의 시작
사건은 지난 11월 새벽 1시, 의정부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졌다. 출차를 위해 오르막 커브길을 오르던 A씨의 차를 앞서가던 차가 후진으로 두 차례 들이받았다.
가해 운전자는 음주 상태에 면허도 없었고, 차량은 책임보험만 가입된 어머니 소유였다. A씨는 이 사고로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차량 수리비 110만원을 견적받았다. 하지만 가해 차량이 대물 보험이 없어 A씨는 렌트비를 포함한 150만원을 직접 받기로 합의했다. 이마저도 수차례 독촉 끝에 겨우 받아냈다.
진짜 비극은 그 후에 시작됐다. 수리도 못한 채 생업에 차를 쓰던 A씨의 차량에서 갑자기 터보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수리비만 150만원. 결국 A씨는 수리를 포기하고 750만원을 들여 중고차를 사는 예상 밖의 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A씨는 "잘 타고 다니던 차가 사고 직후 큰 문제가 생겼다"며 "사고가 간접적 원인이 됐을 텐데 이를 증명하기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법원의 '배상명령', 민사소송 건너뛸 지름길?
가해자가 위험운전치상,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A씨는 법원으로부터 '배상명령제도'를 안내받았다. 배상명령제도란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정묵 변호사는 "1심 공판이 끝나기 전까지 치료비, 교통비, 차량 수리비,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증빙서류를 첨부해 법원에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만능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일상의 김기률 변호사는 "사고와 직접 관련 없는 손해나 터보 수리비처럼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운 부분은 배상명령 신청 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법원이 손해액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면 각하될 수 있고, 이 경우 민사소송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50만원의 향방, '사고와 고장' 연결고리 찾아라
결국 핵심 쟁점은 사고와 터보 고장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증명하느냐다. 법원은 교통사고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원인과 결과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어야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 A씨처럼 정비업체에서 명확한 소견을 받지 못했다면 불리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전문가 소견이 없더라도 시간적 근접성과 충격으로 인한 부품 손상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다"면서 "사고 전까지 멀쩡하던 차량이 충돌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딜 부딪혔냐" 뻔뻔한 가해차량 동승자, 처벌은?
A씨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가해차량 동승자의 태도였다. 그는 사과는커녕 "어딜 부딪혔냐"며 오히려 A씨를 몰아세웠다. 이 동승자에게 '음주운전 방조죄'를 물을 수 있을까.
법률사무소 집현전의 김묘연 변호사는 "가해자가 음주 상태임을 알면서도 운전을 말리지 않았다면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입증할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해 신고 또는 고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옆에 탄 것을 넘어, 음주 사실을 알고도 운전을 부추기거나 용인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배상명령이 끝이 아니다…'운전자 모친'에게도 책임 묻는다
만약 배상명령에서 터보 고장 비용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민사소송 판결을 받아두면 10년마다 시효를 연장하며 가해자의 재산을 계속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산명시, 재산조회 신청으로 가해자 명의의 재산을 찾아내 차량, 통장 등을 압류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사건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무면허 아들에게 차를 빌려준 어머니에게도 '운행자 책임'을 물어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