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는 말 한마디, '신세한탄'과 '협박'의 아슬아슬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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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다"는 말 한마디, '신세한탄'과 '협박'의 아슬아슬한 경계

2026. 06. 08 15:4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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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호소가 부른 경찰 조사, 법조계의 시각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 바람피운 연인과 다투다 “죽어버릴 거다”라고 절규한 남성이 협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순간의 감정 폭발이 법적 문제로 비화한 이 사건을 두고, 법조계는 ‘자해성 발언’이 원칙적으로 협박죄가 되기 어렵지만, 발언의 맥락과 상대방이 느낀 공포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홧김에 내뱉은 말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그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 아버지를 여읜 A씨는 과거 여러 차례 남성 문제로 헤어졌던 전 연인 B씨와 다시 만났다.


헤어진 지 한두 달 만에 B씨가 “바람피웠던 그와 헤어질 것”이라며 다시 보고 싶다고 연락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B씨는 또다시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죽어버릴 거다” 절규에 경찰 출동


결국 다음 날 직접 만난 자리에서 A씨는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는 생각과 절망감에 휩싸였다.


감정이 격해진 그는 “죽어버릴 거다”, “연탄 피우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쏟아냈다.


A씨는 이를 “평소 자주 내뱉는 말이고 상대방을 위협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B씨는 “무섭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나, 협박 혐의로 사건을 접수했다.


B씨는 경찰에 A씨가 “그 남자랑 만나면 죽어버린다”, “집에 연탄 본 적 있지?”라는 발언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자기 집에서 연탄을 본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자해성 발언, 원칙적으로는 협박죄 성립 어려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발언이 형법상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원칙적으로 자신을 해치겠다는 발언은 협박죄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본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이른바 '자해성 발언'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협박죄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상 ‘내가 죽어버리겠다’와 같은 자해성 발언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해악 고지가 아니므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락에 따라 공포심 유발했다면 처벌 가능성도 있어


그러나 발언의 맥락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홍대범 법률사무소 홍대범 변호사는 “자기 자신을 해하겠다는 자해 암시가 상대방에게 극심한 정신적 공포나 죄책감을 유발하여 행동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발언이 B씨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경우, 협박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찰조사 대응은 '일관된 진술'과 '신중한 태도'로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를 앞둔 A씨에게 '일관된 진술'과 '신중한 태도'를 주문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단순 부인하기보다 당시 대화의 전체 맥락과 의도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버지의 사망, 연인의 반복된 배신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음을 차분히 설명해 협박의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억울함을 풀겠다며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는 “상대방과의 추가 연락이나 해명 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자칫 2차 가해나 스토킹 혐의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원만한 '합의'


법적 다툼을 통해 무혐의를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전문가들은 '합의'라는 카드를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준홍 법률사무소 문준홍 변호사는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전 연인과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무죄를 입증하는 법리적 주장과 함께 필요한 경우 원만한 합의를 통해 처벌불원서를 확보하는 쌍방향 전략을 조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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