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진다" 구급차 막아선 택시, 환자는 결국 사망⋯기사님,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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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책임진다" 구급차 막아선 택시, 환자는 결국 사망⋯기사님,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2020. 07. 03 16:51 작성2020. 07. 17 16:53 수정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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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이송 중 택시와 접촉 사고 난 사설 구급차

"사고 처리하고 가라" "죽으면 책임진다"며 환자 이송 막은 택시

택시기사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업무방해죄'뿐?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도 가능할 수도

응급환자를 태우고 병원에 가던 구급차가 택시와 접촉 사고가 났는데, 택시 기사가 구급차의 이송을 막으면서 결국 안에 타고 있던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튜브 캡처⋅편집=이지현 디자이너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갔던 지난달 8일. 서울의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택시 사이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다. 응급환자를 태우고 병원에 가던 구급차가 2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기를 하다가 뒤따라오던 택시의 오른쪽 부분과 부딪힌 사고였다.


구급차 기사는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사고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택시 기사는 이를 막아섰다. 자신이 119를 불러줄 테니 환자는 그걸 타고 가고, 사설 구급차는 도로에 남아 자신과의 사고를 끝까지 처리하고 가라고 했다.


당시 구급차에는 하혈을 하고 있는 암 환자가 타고 있었다. 보호자로 동석한 환자의 며느리가 "블랙박스가 있으니 그걸 보고 처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택시 기사 A씨는 막무가내였다. 오히려 구급차 운전기사와 환자 며느리에게 윽박질렀다.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을 질 테니 이거 처리부터 하고 가라."


택시 기사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고 사이렌을 켜고 운행하고 있으니, 법규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구급차 안에 있는 환자가 진짜 응급환자인지 아닌지 내가 판단하겠다"고 나왔다.


환자 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실제 구급차 뒷문을 열고 누워있는 환자를 실제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한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인 시간만 15분 남짓. 그렇게 환자는 병원에 도착한 지 5시간 만에 사망했다.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구급차 막아선 택시⋯결국 환자 사망

이 같은 내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청원인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환자의 아들 B씨다.


B씨가 공개한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라고 택시 기사가 소리 지르는 부분이 그대로 담겼다.


아들 B씨는 "어머님은 무더운 날씨 탓에 쇼크를 받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어머님은 눈을 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한다"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본 적용 가능 혐의 세 가지 ①업무방해 ②응급의료법 위반 ③살인죄

사안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택시 기사 A씨가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했다. 다만, 어떤 혐의를 받을지가 변수라고 했다.


적용 가능성이 있는 혐의는 모두 세 가지다. ①형법상 업무방해, ②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 방해 혐의, ③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다.


①형법상 업무방해

일단 가장 처벌이 약한 업무방해죄는 무조건 적용이 될 것으로 변호사들은 내다봤다. 택시 기사 A씨가 사설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로 가는 업무를 방해한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②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 방해 혐의

응급의료법 위반도 가능성이 있다. 응급의료를 방해한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다소 높다. 다만 당시 구급차에는 응급의료사가 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변수다.


응급의료법 제12조를 엄격하게 본다면 응급구조사가 있어야만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에 대하여도 이 법률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규정이 있기 때문에, 택시 기사에 대해 제12조 위반도 성립한다는 의견도 있다.


③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

가장 강한 처벌은 역시 살인죄 적용이다. 응급환자가 안에 있다는 점을 환자 가족이 여러 차례 말한 점, 실제로 응급실로의 이송이 15분가량 늦어진 점, 5시간 후 환자가 사망했다는 점 등은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사건을 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런 점에서 미필적고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며 "(법원이) 응급환자 이송 체계를 존중하라는 의미에서 일벌백계를 내린다면,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유죄까지 나올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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