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얼굴이 음란물에”…가해 학생 측 ‘400만원’ 합의 제안
“내 딸 얼굴이 음란물에”…가해 학생 측 ‘400만원’ 합의 제안
중학생, 동급생 10명 딥페이크 제작…법조계 “포렌식 전 합의는 금물”

중3 여학생이 동급생에게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입어 아버지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 AI 생성 이미지
“중3 딸이 같은 반 남학생의 딥페이크 음란물 희생양이 됐습니다.” 한 아버지의 절규가 법률 상담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가해 학생 측은 ‘400만 원’에 합의를 시도했지만, 법조계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오기 전 섣부른 합의는 절대 금물이라며 민·형사 ‘투트랙’ 대응을 강력히 조언하고 나섰다.
“증거 지웠는데…” 목격자 진술만으로 처벌될까
사건은 지난 2월, 한 아버지가 중3 딸을 포함한 여학생 10여 명이 같은 반 남학생에 의해 딥페이크(인공지능 영상 합성 기술) 음란물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다.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딸은 친구들과 함께 가해 학생의 휴대폰에서 직접 사진을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삭제시켰다. 증거가 사라진 상황에 아버지는 “현재 증거가 없는데, 딸과 친구들이 사진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증거가 될 수 있는지?”라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가능하다”고 답했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일치된 진술 자체로 증거 효력이 있으며, 민사는 국선이 배정되지 않으므로 사선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셔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 역시 “증인의 진술도 증거가 됩니다. 일단 형사 절차를 지켜볼 필요도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딸과 친구들이 ‘직접 봤다’는 진술은 증거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캡처가 없으면 다툼이 생기기 쉬우니, 누가·언제·어디서·몇 개를·어떤 내용으로 봤는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메모/진술서로 정리해 두시는 게 중요합니다”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터무니없는 합의금 ‘400만원’, 학폭위와 형사처벌은 별개
피해자 측이 형사 고소와 학교 통보를 마치자 가해자 측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학폭위가 열리기 전 사과의 의사를 전해 왔지만 거절당했고, 가해 학생은 결국 학폭위에서 2, 3, 6호 처분을 받았다.
이후 4월 중순, 가해자 측은 ‘합의금 400만 원’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포렌식도 나오기 전이고 합의금도 너무 적은 것 같아서 합의 안 하겠다” 고 단호히 거절했다.
변호인들은 이 결정이 매우 현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무룡 변호사(법무법인 해답)는 “미성년 피해자 대상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400만 원은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포렌식 결과 확인 후 협상력이 높아지므로 지금 섣불리 합의하지 않으신 판단은 적절합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주헌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도 “미성년자 딥페이크 피해의 민사 위자료는 피해자 수, 제작 건수, 유포 여부에 따라 건당 수천만 원이 인정된 사례가 있으며, 400만 원 제안은 현저히 낮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폭위 처분과 별개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한장헌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학폭위 처분과 별개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의뢰했다” 말 바꾼 가해자, 유포 공포 어쩌나
피해자 가족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가해 학생이 “텔레그램에 의뢰해서 만든 것도 있다”고 말했다가 말을 바꾼 정황이다. 만약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처벌은 훨씬 무거워진다.
최광희 변호사는 “텔레그램을 통한 외부 유포나 제작 정황이 포렌식으로 밝혀지면 유포죄가 추가되어 처벌이 대폭 강화되므로, 포렌식 결과를 확인한 뒤 민·형사 대응 방향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하며 섣부른 대응을 경계했다.
최악의 경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성착취물이 온라인에 유포될 수 있다는 ‘2차 가해’의 공포가 남는다. 이에 대해 법조인들은 즉각적인 증거 확보와 추가 고소를 주문했다.
백창협 변호사는 “배포는 제작과는 별개의 범죄입니다. 추가 고소 가능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준현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추후 배포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화면 캡처, 링크, 계정 정보, 전송 경로를 보존하고 추가 고소와 삭제 요청을 병행해야 합니다”라며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제시했다.
승패 가를 ‘포렌식’…민·형사 ‘투트랙’ 전략 짜야
결국 현재로서는 모든 법적 대응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디지털 포렌식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앤현 법률사무소의 김현정 변호사는 “목격 진술·학폭 기록·포렌식이 결합되면 입증에 무리가 없고, 포렌식 종료 시점이 합의 협상력의 갈림길인 사안입니다”라고 명쾌하게 분석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취할 최선의 전략은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투트랙 접근법’이다.
형사 절차에서 피해자를 돕는 국선 변호사와 별개로,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해 진행해야 한다. 특히 가해자가 미성년자이므로 그 부모를 상대로 감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김무룡 변호사는 “포렌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방문 상담을 통해 전략을 먼저 수립해 두시길 강력히 권고드립니다”라며 선제적인 법률 조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