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부추겼는데 '아청법 철퇴'...무기징역 갈림길 선 군인
장난으로 부추겼는데 '아청법 철퇴'...무기징역 갈림길 선 군인
“사진 빨리 보내라” 단톡방 한마디에 성착취물 제작 공범으로 기소

20대 군인이 단체 채팅방에서 장애 친구에게 성착취물 전송을 부추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AI 생성 이미지
장난인 줄 알았던 단체 채팅방에서의 한마디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의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
장애가 있는 친구에게 성기 사진 등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뭐 하냐, 사진 빨리 보내삼”이라고 부추긴 20대 군인이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직접 요구하지 않았다는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자칫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혐의 앞에 그는 속수무책으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낄낄대며 부추겼을 뿐인데”... 2년 전 단톡방이 발목 잡다
현재 군 복무 중인 20대 남성 A씨는 2년 전의 철없는 행동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고등학교 동창 4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 그곳에는 장애 등록은 안 됐지만 A씨의 표현을 빌리면 “어딘가 살짝 부족해 보이는 아이”였던 피해자 B씨도 있었다.
장난으로 시작된 놀림은 도를 넘었다. A씨를 포함한 피의자 3명은 B씨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들먹이며 성기 나체 사진과 성기를 흔드는 영상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B씨가 의심 없이 사진과 영상을 보내자,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 부모가 이들을 고소했다. A씨는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보내라고 한 적은 없고, 단톡방에 진짜 가끔 들어가 낄낄거리며 웃고 옆에서 ‘뭐하냐 사진 빨리 보내삼’과 같은 부추겼던 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문제의 단톡방은 모두가 나간 상태로, 포렌식으로도 대화 내용은 복원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무기징역'... '제작죄'의 무서움
A씨의 안일한 생각과 달리, 법률 전문가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핵심은 피해자 B씨의 나이다.
백서준 변호사(오엔 법률사무소)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사진을 받았다면, 아청성착취물 제작입니다”라고 단언하며, 이 죄명이 공소장에 포함되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원재 변호사(법무법인 서한) 역시 이 경우 성착취물 제작죄가 문제 될 수 있다며, 해당 범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되는 범죄입니다”라고 그 처벌 수위를 명확히 설명했다.
법원은 피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했더라도, 타인의 지시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 그 지시·요구한 자에게 ‘제작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A씨가 직접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의 범죄 행위를 부추긴 것이 중범죄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거 부족 vs 공범 책임... 무죄와 실형의 갈림길
A씨가 기댈 곳은 ‘증거 부족’과 ‘가담 정도’다. 단톡방 대화 내용이 복원되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황이지만, 검찰이 기소까지 한 이상 피해자와 다른 피의자들의 진술 등 대체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형사사건 중 무죄가 가장 잘 나오는 것이 사기범죄군과 성범죄군, 명예훼손 관련 범죄군이기에, 기록을 보기 전에는 '합의하고 양형주장만 하시라' 라고 말씀드리는 게 섣부르다고 판단됩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관건은 A씨의 행위가 범죄 전체를 함께 책임지는 ‘공동정범’으로 평가될지, 아니면 범행을 단순히 도와준 ‘방조범’으로 평가될지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귀하의 경우 직접적인 요구보다는 방조에 가까운 행위를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공범으로서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이 감경될 수 있어, 재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야 할 핵심 쟁점이다.
변호사들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기록 확보가 최우선”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군인 신분이어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시가 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형운 변호사(법무법인 청인)는 “늦기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셔서 재판에 대응하셔야 합니다”라고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진보라 변호사(법무법인 건율)는 수사기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사기록 안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외에도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자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사건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주장할 내용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공소장과 수사 기록을 통해 정확한 혐의와 증거 목록을 파악해야만 구체적인 변론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 유죄 판결은 벌금형만 받아도 신상정보 등록 등 사회적 낙인이 뒤따르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관된 충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