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벗자 시작된 '3년의 전쟁'…무고 피해자, 손해배상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누명 벗자 시작된 '3년의 전쟁'…무고 피해자, 손해배상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법원 "기소일 아닌 무죄 확정일이 기준"…상대방 무고죄 유죄 판결은 민사소송의 '유력 증거'

강제추행 누명을 벗고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허위 고소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강제추행 누명을 벗는 데 걸린 시간 3년, 이제 억울한 피해자의 '반격'이 시작된다.
강제추행이라는 억울한 낙인을 지우기까지, A씨의 시간은 법정에서 멈춰 있었다. 3년이란 기나긴 재판 끝에 무죄를 확정받고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허위로 고소한 B씨를 상대로 금전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기 위한 '반격'을 준비하는 지금, 그에겐 단 3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골든타임 3년'의 시작점, 운명을 가르는 기준은
문제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즉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3년의 시작점을 언제로 봐야 하느냐였다.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날일까, 아니면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날일까. 만약 기소일이 기준이라면 A씨는 반격의 기회조차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법조계의 답변은 명쾌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김재헌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기산된다"며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그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이야말로 법적으로 '손해를 확실히 알게 된 날'이라는 의미다.
이는 법원의 확립된 태도이기도 하다. 법원은 허위 고소의 경우, 무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고소 행위가 '위법'했는지, 그로 인한 '손해'가 구체적으로 확정됐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현실적으로 인식했다고 판단한다.
상대방 '무고죄' 재판, 민사소송의 '필승 카드' 될까
A씨에게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B씨가 현재 받고 있는 무고죄(허위 사실로 타인을 고소하는 범죄) 형사재판이다. 전문가들은 이 재판 결과가 A씨의 민사소송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로 쓰인다. 만약 B씨의 무고죄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B씨가 '고의'를 가지고 허위 고소를 했다는 점을 A씨가 손쉽게 증명할 수 있게 된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상대방의 무고죄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해당 유죄 판결문을 가지고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전략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무고죄 재판이 길어지더라도 민사소송의 소멸시효(A씨의 무죄 확정일로부터 3년)는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변호사비·위자료…어디까지, 얼마나 받을 수 있나
A씨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변호사 비용, 재판 출석을 위한 교통비, 재판으로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일실수입) 등 '재산적 손해'다. 국가에서 보상받은 형사보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는 허위 고소와 기나긴 재판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즉 '위자료'다. 김전수 변호사는 "무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쉽지 않은 소송이니 변호인 상담을 통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피해 회복까지 이르는 길은, 소멸시효라는 시간적 제약과 입증 책임이라는 법리적 장벽을 넘기 위한 치밀한 법적 조력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