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치매 후 2억 넘게 사라졌다…새아버지 “생활비로 다 썼다”, 처벌될까?
어머니 치매 후 2억 넘게 사라졌다…새아버지 “생활비로 다 썼다”, 처벌될까?
사망 직전·직후에도 1000만원씩 이체…인지장애 부모 재산 빼돌린 배우자, 상속분 되찾을 방법은

경도인지장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산을 정리하던 A씨는 어머니 계좌에서 2억 원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 AI 생성 이미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산을 정리하던 A씨는 눈을 의심했다. 어머니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기 시작한 무렵부터 거액의 돈이 사라진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계좌에서 2억 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고, 심지어 사망 직전과 직후에도 새아버지 계좌로 각각 1000만 원씩 이체된 내역이 나왔다. 새아버지는 “빌려줬다”, “생활비로 다 썼다”며 말을 바꿨다.
새아버지가 어머니의 인지장애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 A씨는 사라진 돈을 되찾고 정당한 유산을 받을 수 있을까?
2억원대 인출, 사망 직후 1000만원 이체…수상한 돈의 행방
A씨의 어머니는 20년 넘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가 약 5년 전 혼인신고를 한 재혼 배우자가 있었다. 어머니는 2020년경부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최근 어머니가 작고한 뒤 남은 재산은 시세 4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4000만 원대 예금이었다. 이 부동산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A씨의 외할머니)로부터 2020년경 상속받은 유산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그런데 A씨가 어머니의 메모와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하던 중, 2021년경 약 2억 원이 인출된 사실을 발견했다.
메모에는 새아버지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적혀 있었지만, 돈이 돌아온 흔적은 없었다. 사망 직전과 직후에는 새 아버지 계좌로 1000만 원씩 이체된 사실도 확인됐다.
새아버지는 처음엔 돈의 행방을 모른다고 하다가, 최근에는 5000만 원은 본인이 받아 생활비로 썼고, 2억 원도 현금으로 집에 두고 생활비로 다 썼다고 주장했다. 부부의 돈이니 자녀들은 간섭하지 말라는 태도였다.
'인지장애' 이용했다면 사기죄…사망 직후 이체는 명백한 범죄
변호사들은 새아버지가 어머니의 인지장애 상태를 이용해 재산을 빼돌렸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인 사망 직후의 계좌 이체는 명백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고인이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었다는 점을 악용하여 배우자가 고인을 기망했거나 정신적 제약 상태를 이용하여 2억원 이상의 자금을 임의로 인출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헌정 송인혁 변호사는 사망 직후 이체된 1000만 원에 주목했다. 송 변호사는 “고인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들의 공동재산이 되므로, 이를 임의로 이체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는 상속인인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친족상도례(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 면제) 없이 고소 및 처벌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다만 범죄 입증을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의 의사능력 결여는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며 고인의 진료기록, 메모 등을 통한 입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라진 돈 되찾으려면…형사고소·민사소송 ‘투트랙’ 전략
변호사들은 사라진 돈을 되찾고 정당한 상속분을 확보하기 위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하는 전략을 조언했다. 단순히 처벌을 넘어 재산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형사 고소를 진행하면 수사기관을 통해 자금의 실제 사용처를 추적하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데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적으로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에서 새아버지가 빼돌린 돈을 ‘특별수익’으로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 특별수익은 일부 상속인이 미리 받아 간 상속분으로, 이 금액만큼 해당 상속인의 최종 상속분에서 공제된다.
법무법인 헌정 송인혁 변호사는 “새아버지가 가져간 2억여 원이 특별수익으로 책정되면, 현재 남은 4억 부동산과 예금에 대한 새아버지의 상속분은 대폭 삭감되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송에 앞서 새아버지가 남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
“부부 공동재산” 주장, 막을 수 있을까?
새 아버지가 “부부 공동재산” 또는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부동산의 출처가 어머니의 상속재산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어머니께서 외할머니로부터 받으신 유산으로 취득한 부동산은 고인의 특유재산으로서, 엄연한 상속재산”이라고 설명했다.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졌거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상속인들이 나눠 가질 고유의 상속재산이라는 의미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부부 모두 소득이 있었던 상황에서 단기간에 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생활비로 소비했다는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