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6) 초등학교 저학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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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6) 초등학교 저학년(하)

2023. 03. 29 09:25 작성
임수희 부장판사의 썸네일 이미지
sooheelim@scour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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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중에 아이는 엄마의 도움과 아빠의 도움이 모두 필요하므로, 양육친이 엄마가 되었든 아빠가 되었든 아이는 비양육친과도 평상시에도 쉽게 연락 및 만남이 가능해야 한다고 임수희 부장판사는 조언했다. /셔터스톡

"먼저, ○○○씨께서는 □□□씨와 진정으로 이혼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네"

"그럼, □□□씨께서는 ○○○씨와 진정으로 이혼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네"

"이제 두 분의 이혼의사를 확인하였으니, 다음으로 미성년자녀의 양육사항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두 분 사이의 자녀로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하나 있으신데, 협의서를 보니, 이혼 후에 엄마 쪽에서 키우시고 친권도 엄마 쪽에서 대표로 단독 행사하시는 것으로 협의하셔서, 양육자 및 친권자를 모 ○○○씨로 정하셨네요?"


양육사항, 즉 친권자 및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심리로 넘어가니, 여자 분이 의자에 기대었던 등을 떼고 몸을 앞으로 당겨서 대답했습니다.

"네, 아직은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 나이고 또 딸이다 보니 제가 키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러면 비양육친인 아빠 쪽에서는 양육비를 충분히 주시고 면접교섭도 제대로 하셔야 하는데요. 협의서에 보니 양육비를 매달 말일에 150만 원씩 주시겠다고 쓰셨어요. 금액이 적지 않은데 실제로 꼬박꼬박 지급하실 수 있는 금액으로 잘 정하신건가요?"


이번에도 여자 분이 계속해서 답했습니다. "그럼요. 이 사람이 사업을 해서 돈은 잘 법니다. 아이 학원비도 점점 많이 드는데 그 정도는 주기로 했어요."

"네, 이 양육비에 관한 약속은 '양육비부담조서'로 작성이 되고 강제집행력도 있으니까 신중히 잘 정하셔야지, 실제 지급 의사나 능력과 큰 차이가 나면 이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지급하기로 하신 거니까 꼭! 지급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그리고서 면접교섭 약속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그런데 면접교섭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협의는 안하시고 '자유롭게'라고 쓰셨는데요. 현재 아빠와 아이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관계인가요?"

계속해서 여자 분만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우리는 이혼해도 아빠랑 딸 사이는 좋은 편이에요. 바빠서 시간을 미리 정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요."


"아빠가 딸과 사이가 좋으시군요. 다행입니다. 그러면 □□□씨는 딸을 마지막 만난 게 언제신가요?"

그제야 남자 분이 눈을 끔벅끔벅하면서 입을 떼었습니다. "저희가 별거한지 좀 되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자주는 못 보고요. 지난달인가? 한번 봤습니다."

"그러시군요. 딸이 연락을 했나요? 어디서 뭘 하면서 보셨나요?"

"아, 제가 전화를 했죠. 보고 싶으니까 주말에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나 가지고 맛있는 거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그랬습니다." 좋은 아빠라는 칭찬이라도 기대하듯이 말했습니다.


"'아빠가' '자유롭게' 딸을 만나셨군요. 그러면 딸이 아빠를 보고 싶을 때, 학교 숙제 등으로 아빠가 필요할 때,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아빠를 만나기 원할 때는 어떻게 아빠한테 연락하나요? 그에 관한 구체적인 약속은 하셨나요?"

"글쎄요. 우리 애가 연락한 적은 없어요. 애기 때부터 별로 아빠 보고 싶단 얘기도 안했고요." 좀 씁쓸한 얼굴로 대답하는 남자 분 옆에서 여자 분이 갑자기 끼어들며 쏘아 붙였습니다.

"보고 싶단 얘길 왜 안 해요? 애기가 아빠 보고 싶다고 언제 오냐고 맨날 그래도, 바쁘다고 맨날 늦게 들어오고. 그러다 애도 어느 날부터는 아빠 안 찾게 된 거죠. 솔직히, 판사님이 물어보시니까 하는 얘긴데, 이 사람하고 별거한지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이 사람이 애를 만난 게 손가락에 꼽아요. 그것도 자기가 보고 싶을 때 불쑥 전화해서 일방적으로 시간 정하고! 오밤중에 술 먹고 전화할 때도 있어요. 자는 애 깨우라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솔직히 애도 아빠 만나는 거 불편해 해요. 그리고 아직 애가 어려서 제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저는 뭐 놀고 있나요?" 그러자 남자 분도 화를 내며 쏟아 냈습니다.

"판사님, 그럼 나도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내가 연락을 왜 안하는지 아세요? 애 만나려고 연락하면 이 여자 잔소리가 아주 너무 심해요. 이래라 저래라, 또 저건 하지 마라, 뭐뭐하면 가만 안 둔다, 아이구 그뿐인 줄 아세요? 애한테까지 시켜서 자기 할 말을 애를 통해 해요. 그러면 솔직히 애도 지 엄마 편인가 싶어서 섭섭한 맘 들기도 하고. 그래서 일부러 안 싸우려고 거리를 두는 겁니다. 솔직히 지금 내가 엄청 참고 양보하고 있는 겁니다!"


협의이혼 의사확인기일에서뿐만 아니라, 재판상 이혼 사건의 양육사항 협의 또는 그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지는 기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화입니다. 이혼하는 부부는 미성년자녀가 있는 경우에 스트레스도 더 받고 해결해야 할 숙제도 더 많아서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를 잘 보호하면서 이혼이라는 과정을 잘 지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힘을 내 보아야지요.


저는 위 사례의 부모님들께는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두 분은 부부로서는 갈라서기로 하셨지만, 부모로서는 각각 아빠, 엄마로 나름의 애를 많이 쓰고 계시고 기본적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신 걸로 보이세요. 그러니 방법만 잘 알게 된다면 아이를 위해 바람직한 면접교섭을 아주 잘 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 믿어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대로 다시 잘 협의해서 면접교섭 계획을 짜 오시겠어요?"


우선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우리나라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 다니고 아직은 어려서 숙제나 학교 준비물 등 부모가 잘 챙겨 주어야 학교생활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양육자는 이러한 아이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잘 돌봐 줄 수 있는 쪽 부모가 되어야 하겠고, 비양육친도 마찬가지로 아이의 규칙적인 학교생활 사이클 등 생활 주기(life cycle) 안으로 정기적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방식으로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면접교섭을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필요합니다. 물론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엄마든 아빠든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이 자주,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생활 중에 아이는 엄마의 도움과 아빠의 도움이 모두 필요하므로, 양육친이 엄마가 되었든 아빠가 되었든 아이는 비양육친과도 평상시에도 쉽게 연락 및 만남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혼자 전화를 하거나 혼자 어디를 가는 것, 특히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등은 아직 어렵고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한 연령이기 때문에, 면접교섭의 수행에 있어서 비양육친과 아이끼리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면 안 되고, 아직은 반드시 양육친이 아이의 비양육친과의 만남에 대해 조력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상의 원칙에 기반하여,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면접교섭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1.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모로 하되, 부는 자녀와 아래와 같이 면접교섭을 하고, 모는 이에 적극 조력하여야 한다.

가. 부와 자녀는 1, 2, 3째주 토요일 10시부터 그 다음날 일요일 오후 3시까지 부의 집, 그 밖에 부가 책임지는 장소에서 함께 지낸다.

나. 부는 면접교섭을 위하여 모의 집에 방문하여 자녀를 데리고 가고 다시 자녀를 모의 집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

다. 그 외에도 자녀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부와 전화, SNS 기타 방법으로 연락하거나 만날 수 있고 이에 모는 협조하여야 한다.

라. 명절에는 설과 추석을 번갈아, 생일과 크리스마스는 한 해씩 번갈아, 그 밖의 기념일 등에 관하여는 서로 협의하여 부와 자녀가 함께 지낸다.

마. 그 밖의 경우 및 사정변경 시에, 그리고 자녀가 성장·발달함에 따라 부와 모는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원만히 협의하여 면접교섭 방법을 변경하여 실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협력적 양육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부모들은, 이혼을 하고도 전남편 또는 전아내와 자꾸 부닥쳐야 하는 상황에서 상호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평온하고 안정적인 면접교섭을 지속하기 위해, 최소한 서로 아래와 같은 약속을 꼭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1) 상호 상대방의 양육방식을 존중하고 비난·무시·잔소리하지 않기, (2) 상호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험담을 자녀에게 하지 않기, (3) 상호 상대방에 대한 요구사항을 자녀를 통해 전달하지 않기, (4) 나의 면접교섭 약속을 잘 지키기(양육친은 아이 일정을 핑계로 면접교섭 약속을 함부로 바꾸지 말고, 비양육친은 바쁘다는 핑계로 면접교섭 약속을 깨거나 다른 사람에게 대신 맡기지 않기)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도덕적으로 선악을 가르기 시작하는 나이에 들어서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흑백논리에 머물러 현실의 복잡성까지 담지는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싸울 때 서로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하면, 아이 역시 '누가 나쁜가' 게임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어느 한 편에 서서 그 부모와 함께 다른 편 부모를 비난하는 심리 상태로 되기가 쉽습니다.


쉽게 말해, 사춘기나 성인에 가깝게 자라버린 아이들은 선악을 구분해서 보더라도 흑백논리보다는 좀 더 복잡한 현실을 반영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 중 한쪽에 대해서만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사랑하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만(대체로 부와 모 양쪽 다 적당히 좋고 적당히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초등학교 학령 아동으로서 아직 사춘기에 들어서기 전까지 연령의 아이들은 그 보다 이분법적인 선악관념 등으로 예컨대, '엄마는 좋은데 아빠는 나쁘다'는 식의 사고로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많은 경우 아이에게 '좋은 사람'은 양육자 쪽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양육자 쪽에 소위 충성심리를 보일 수 있고, 만일 이러한 아이를 양육자가 이용하여 이혼 소송이나 양육 분쟁에서 우위에 서려고 하는 순간, 아이는 이른바 부모따돌림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에 빠지기 쉽습니다. 양육자의 비양육친에 대한 비난이나 헐뜯기는, 설령 양육자가 의식적으로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쉽게 그리고 충분히 '세뇌'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세뇌한 사람이 없더라도 세뇌된 아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만큼 큰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난 엄마가(또는 아빠가) 싫어요. 절대로 만나기 싫어요."라는 말을 하는 아이. 아이의 마음속에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넣어 주었는지 모를 그 밑도 끝도 없는 한쪽 부모에 대한 미움, 도덕적 비난감('나쁜 사람'이라는 생각), 증오, 적개심. 이러한 해악은 결국 그 아이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자기 자신과 평생에 걸쳐 싸우고 씨름해야 할 괴롭고 아프고 어려운 숙제로,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깊이 할퀴어 버린 상처로서 마음속에 새겨져 버립니다.


자신의 한쪽 뿌리인 한쪽 부모에 대해 이른바 부모따돌림증후군을 유발시키는 것에 관해, 리처드 A 워샥은 『이혼, 부, 모, 아이들 – 당당한 관계를 위한 심리학(원제 : Divorce Poison)』에서 '아이의 영혼을 훔치는 행위'라고 했을 정도로 그 해악은 심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혼 준비를 위해 정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혼 후에 전남편, 전아내와 평온한 양육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관계를 조정(adjustment)하여 잘 이혼하는 것일 겁니다. 아이를 위한 좋은 이혼! 아이를 사랑하는 분들은 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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