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후 실수로 ‘남의 명함’ 건넸다가…며칠 뒤 뺑소니로 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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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 후 실수로 ‘남의 명함’ 건넸다가…며칠 뒤 뺑소니로 불려갔다

2025. 07. 30 17: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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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라도 처벌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범한 직장인 A씨는 출근길에 자전거 사고를 낸 뒤, 실수로 다른 사람의 명함을 건넸다가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사건은 지난 7월 어느 날 오전 10시경, A씨가 자전거로 한강 공원을 지나 출근하던 길에 발생했다. 앞서가던 자전거 무리를 추월하려던 순간, 바로 앞 자전거 역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서 A씨의 자전거와 부딪혔다.


두 사람 모두 넘어졌지만, 상대방은 크게 다치지 않은 듯 보였다. A씨는 약 10분간 현장에 남아 상대방의 상태를 살폈고, 괜찮을 것이라 판단해 명함을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단순 찰과상으로 여겼지만, 경찰이 찾아와 A씨에게 ‘도주치상’ 혐의를 알렸다. A씨가 무심코 건넨 명함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함이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한순간에 뺑소니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법의 심판대는 '이것'을 본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죄다. 흔히 뺑소니로 불리는 이 죄는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들 때 성립한다. 자전거 역시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해 엄격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에서 ‘도주의 고의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사고 후 약 10분간 현장을 지켰고, 연락처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었으므로 ‘고의로 도주한 것’으로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여 운전자가 연락처를 주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면 도주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850 판결)고 본다. A씨가 현장에서 10분간 머물며 피해자를 살핀 행동은 도주 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다.


무혐의 받으려면…'이것'부터 챙겨야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억울함을 벗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신속한 피해 회복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합의 여부가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빠르게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해야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대응도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새율 강민기 변호사는 “사고 당시 피해자를 돌본 사실과 명함을 건넨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고, 명함을 잘못 건넨 것이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사용하던 명함과 실수로 건넨 명함의 출처, 배낭 속 보관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A씨가 도주치상 혐의로 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장에서 즉각적인 구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다만 연락처를 잘못 전달한 행위는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이마저도 피하려면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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