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말 믿고 인감 줬는데…" 11억 유산이 3천만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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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말 믿고 인감 줬는데…" 11억 유산이 3천만원 됐다

2026. 02. 05 11:0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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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처리 절차일 뿐" 설명에 도장 맡겼다가 3.9억 상속분 증발 위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1년 작고한 외할머니의 11억대 유산을 두고 벌어진 분쟁. “집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라는 세무사의 말에 인감도장을 맡겼던 어머니는 최근 집이 팔린 뒤 “네 몫은 3천만 원”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부동산은 이미 오빠들 명의로 넘어간 상태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만약 상속 내용에 대해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면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협의를 무효화할 수 있으며, 잔금이 치러지기 전 재산을 동결하는 ‘가압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믿었던 가족, 등 돌린 3.9억 상속권

모든 비극은 2021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시작됐다. A씨의 어머니는 상속 절차를 진행하던 중, 한 세무사로부터 “집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니 도장을 줘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인감도장을 맡겼다.


큰오빠가 자신의 몫을 당연히 챙겨줄 것이라 믿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집이 팔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외할머니의 집이 11억 7천만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돌아온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자신의 몫을 묻는 동생에게 큰오빠는 “3천만 원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부동산은 이미 3년 전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두 오빠의 공동 명의로 등기가 끝난 상태였다. 법정상속분인 약 3억 9천만 원을 고스란히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감 건넸다고 끝? "속았다면 무효 주장 가능"

A씨의 어머니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 채 인감도장을 맡겼다면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의 효력 자체를 다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도모의 강대현 변호사는 “세무사의 말만 믿고 협의분할합의서의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도장을 맡기셨다면, 이는 '착오' 또는 '기망'을 이유로 해당 협의분할 합의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할 여지가 충분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설령 외할머니가 생전에 “첫째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하더라도 이는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광섭 변호사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첫째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된 유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으로 해당 발언만 갖고 법적효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속을 정식으로 포기하려면 가정법원에 신고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에, A씨 어머니의 상속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돈부터 묶어라"…3월 잔금일 전 '가압류'가 최우선

전문가들이 이 사건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조치로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바로 ‘가압류’다. 오는 3월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이 모두 지급되면, 오빠들이 이 돈을 인출해 숨기거나 다른 곳에 써버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돈이 흩어지면 나중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질적인 재산 회수가 매우 어려워진다.


법률사무소 초율의 이보람 변호사는 “잔금이 치러지는 3월이 오기 전에, 삼촌들이 매수인에게 받을 '매매대금 잔금 채권'에 대해 즉시 가압류를 신청하여 돈을 빼돌리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이 최우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압류는 오빠들의 재산 처분을 막는 동시에,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


협의 무효 입증 어려워도…'유류분'이라는 최후의 보루

만약 소송 과정에서 ‘속아서 도장을 줬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거나, 이미 3년 전 등기가 완료됐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 지분인 ‘유류분’을 청구하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설령 협의분할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최소한의 권리인 유류분(법정상속분의 1/2)에 대한 반환 청구는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 경우 A씨 어머니는 법정상속분(약 3.9억 원)의 절반인 약 1억 9천 5백만 원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유류분 청구는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오빠가 ‘3천만 원’을 언급하며 상속분을 침해할 의사를 명확히 한 지금이 권리 행사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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