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성범죄자'?…어느 날 날아온 고소장, 한 가족의 피 말리는 일주일
내 아들이 '성범죄자'?…어느 날 날아온 고소장, 한 가족의 피 말리는 일주일
미성년자 신상공개·전자발찌, 변호사마다 다른 답변에 혼란…소년법상 보안처분 쟁점과 현실적 해법은?

아들이 성범죄 피의자가 되자 가족은 신상공개와 전자발찌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어느 날, 아들이 '성범죄 피의자'가 됐다.
평온하던 저녁, 스마트폰 알림음이 정적을 깼다. 아들의 담임 교사였다.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짧은 통화가 끝나자 집안의 모든 공기가 얼어붙었다. 평범한 학생이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성범죄 피의자'가 된 순간이었다. 처벌도 두렵지만, 가족을 더 깊은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신상공개'와 '전자발찌'라는, TV 뉴스에서나 보던 단어들이었다.
"'성범죄자 알림e'에 내 아들 얼굴이?…변호사마다 다른 답변, 지옥 된 일주일"
"혹시 '성범죄자 알림e'에 우리 아이 얼굴이 평생 공개되는 건가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리자,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한 변호사는 "19세 미만은 등록돼도 공개되지 않고, 성인이 돼도 마찬가지"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게시글에서 다른 변호사는 "형사사건으로 진행되면 성인이 된 후 공개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소유예나 보호처분을 받지 못하면 10년의 신상등록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갈리는 상황, 가족의 애는 까맣게 타들어 갔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이런 혼란이 "소년법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원이 소년의 교화 가능성을 믿고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우선하지만,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신상정보 등록·공개 명령을 내릴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기에 누구도 섣불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전자발찌는 피했지만…'소년보호처분'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
'전자발찌를 차게 될까'하는 공포는 다행히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소년의 재기 가능성을 믿는 법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형사처벌을 피하더라도 '소년보호처분'이라는 또 다른 문턱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전과 기록은 아니지만,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보호관찰 등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는 처분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보호처분을 받더라도 성폭력 예방 수강명령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은 '합의', 최선은 '기소유예'…피해자 마음 돌릴 마지막 기회"
그렇다면 가족이 붙잡아야 할 최선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소유예'를 꼽았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학생의 장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법인 건영의 김수민 변호사는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실무상 기소유예를 잘 하지 않는 범죄"라며 현실의 벽이 높음을 지적했다.
결국 사건 해결의 열쇠는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의 마음을 돌리는 데 있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피해자와 합의하여 기소유예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 역시 "추행 정도가 경미하고 원만히 합의한다면 기소유예 처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피해 보상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받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골든타임'인 셈이다.
소년의 책상 위에는 아직 풀지 못한 문제집이 놓여있다. 그가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수학 공식이 아닌, '실수'와 '책임'이라는 인생의 가장 어려운 방정식일지 모른다. 법원의 결정은 그 방정식에 어떤 해답을 내려줄까. 한 아이의 미래가, 그리고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