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반지하 집 침수됐는데, 세입자가 알아서 고치라고?
폭우로 반지하 집 침수됐는데, 세입자가 알아서 고치라고?
피해복구 비용 부담은 기본적으로 집주인 몫
하지만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았다면? 피해 복구에 사용해야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침수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이번 폭우는 A씨가 살던 반지하도 집어삼켰다. 다행히 큰일이 벌어지기 전 다른 곳으로 피신했지만, 비가 그친 뒤 돌아온 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물을 퍼내고, 집기들을 정리했다. 하지만 벽지나 장판 등은 모두 망가진 상태. 당장 그곳에서 머물 수는 없어 친척 집에 잠시 머물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벽지나 장판 등 이번 침수로 입은 피해는 A씨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A씨가 일부러 망가뜨린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로 인한 것인데 세입자인 A씨가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경우 임대인에게 복구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법은 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이 경우 A씨의 집)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수율의 전찬우 변호사는 "법적으로 봤을 때, 복구 비용 부담은 해당 재산을 소유한 자의 몫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책임은 원칙적으로 집주인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집주인은 A씨에게 알아서 방 수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때문인 것으로 봤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자연재난 등이 발생하면 복구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주택 침수 피해 등은 세대당 200만원을 지원한다. 이렇게 받은 재난지원금은 '집수리'에 사용해야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정한 내부 기준에 따르면 이 재난지원금은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집주인 등은 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만약, 세입자가 집수리 계획이 없고 이사 등을 하게 된다면 이에 반절은 집주인에게 지급한다.
이에 따라, 세입자인 A씨가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는 가정하에 집수리를 요구했다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